지난해 갖은 욕설과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설리와 구하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 이후, 수년 전부터 꾸준히 논의되던 댓글 폐지 요구가 거세졌다. 결국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들은 일제히 댓글 기능을 삭제했다. 하지만 사라진 댓글창을 대신할 또 다른 창구가 생겨나는 등 그 잔재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스타들의 SNS와 유튜브, 라이브톡 등 댓글을 달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이라면 ‘악플러’들이 어김없이 몰려든다. 뿐만 아니라 소속사의 공식 사이트나 방송 프로그램 게시판, 심지어 기자들의 개인 메일로도 악플은 쏟아진다. 악플러들의 활동반경이 댓글 폐지 전보다 넓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가장 피해가 극심한 건 연예인의 개인 SNS다. 누군가를 거치지 않고 연예인과 직접소통이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SNS를 홍보 혹은 팬들과의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악플러들의 활동을 차단하지 못한다는 맹점도 있다.
최근 잘잘못을 떠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들이 SNS에는 온갖 욕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수 이효리는 지난 22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에서 새로운 부캐(부캐릭터) 이름을 짓던 중 “마오가 어떠냐”고 말하면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마오쩌둥 전 국가 주석을 연상케 해 불쾌감을 준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이효리의 SNS에 계정에는 비난·조롱 성격의 항의 글이 수십만개나 달렸다.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에서 여성 캐릭터가 남자 상사와 성관계를 가진 뒤 정직원이 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 등으로 여혐 논란을 일으킨 웹툰작가 기안84의 SNS도 악플로 도배가 되고 있다. 그가 출연 중인 MBC ‘나혼자산다’ 홈페이지 게시판과 그의 웹툰 댓글창 등에도 프로그램 하차, 연재 중단 등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트로트가수 김호중도 악플러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김호중은 최근 전 매니저와의 갈등, 전 여자친구 폭행 의혹, 군 특혜 의혹, 불법도박 의혹 여기에 친모의 ‘미스터트롯’ 출연진 비하 발언을 했다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곤혹을 겪고 있다. 김호중은 소속사를 통해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다만 불법도박에 대해서는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많은 네티즌이 김호중의 SNS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악플을 남기고 있다.
혹자는 “SNS를 없애면 되는 일이 아니냐”고 하지만 실상은 말처럼 쉽지 않다. 연예인들도 악플이 도를 넘을 때마다 “SNS를 닫고 싶다” “없애고 싶다”고 말하지만, 악플러들 때문에 자신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팬들과 소통의 창구를 닫을 순 없다. 또 SNS를 닫는다고 악플이 멈출리도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악플러의 활동반경이 곳곳으로 넓혀져 있기 때문이다.
김호중의 언론 홍보를 맡고 있는 JG엔터테인먼트 황정기 대표는 “연예인을 험담하는 사람도 많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SNS 댓글을 막는다거나 계정을 없애는 건 진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댓글을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악플러들을 대응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포털사이트의 카페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고 악성 댓글을 남기는 것에 대해 채널 자체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털과 구글 측에 공식적으로 이를 요청하기도 했다. 포털의 경우는 연락하면 ‘방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SNS는 구글에 같은 내용에 공식적으로 요청을 하는데 묵묵부답이다”라면서 “관련 법령이 만들어지거나, 협회가 나서서 검토하지 않는 이상 달라질 건 없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