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영화제 행사와 규모를 축소하고, 최악의 경우 전면 취소될 가능성까지 내다보면서도 선정 작품들의 질적 부분에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14일 오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온라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기자회견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개최됐으며, 김정윤 홍보실장의 진행으로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지난 5월 직후부터 코로나19에 1단계 상황에 맞춰 가능한 정상 개최를 하려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영화제를 개최해야 하는지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추석이라는 가장 큰 변수를 넘어서기가 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되어 2주 연기해 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산영화제는 지난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긴밀히 논의한 끝에 개최 일정을 2주 연기로 했다. 당초 계획했던 개막식 날짜는 10월 7일이었지만, 2주 뒤인 21일 개막하해 10일간의 행사를 진행하고 30일 폐막할 예정이다.
개최 규모 역시 대폭 축소했다. 개·폐막식과 레드카펫 해사는 물론 야외무대 인사, 오픈토크 등 야외 행사와 소규모 모임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영화인의 네트워킹을 위한 리셉션 및 파티 역시 모두 취소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초청 게스트도 없으며 관객과 게스트를 위해 진행해오던 센터와 라운지 운영도 하지 않는다. 경쟁부문 심사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또 아시아 영화 산업을 일궈온 영화인들과 그들의 작품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개최됐던 아시아필름어워즈가 올해는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시상식을 진행한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포럼 비프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선정작들을 상영할 수 있는 스크린 수가 80%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많은 젊은 영화인들이 만들어서 보내주신 소중한 영화 192편을 열흘 동안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스크린 수가 모자라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화 당 2회 내지 3회 상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각 평균 1회씩 상영된다”고 전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신작을 소개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감독과 관객들을 만나는 소중한 경험과 기회는 온라인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며 콘텐츠에 대한 질적 풍성함을 강조했다.
올해 개막작은 홍금보, 허안화 등 전설적인 홍콩 감독 7인이 함께 한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가 선정됐고, 폐막작으로는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선정됐다. 또한 올해 영화제에서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주연의 ‘미나리’가 국내 첫 공개되며, 선댄스영화제 넥스트이노베이터상 수상작인 ‘너를 데리고 갈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 ‘끈’ 등도 상영된다.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작년까지 매회 300편 정도의 영화를 선정했는데 올해는 192편이 선정됐다. 예년에 비해 편수가 줄었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이도 많은 편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정작들이 주옥같은 작품이다. 많은 관객과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면서도 “특히 거장 감독 영화 대거 초청됐다. 개막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를 연출한 홍콩을 대표하는 7명의 감독님을 포함해 가오세 나오미, 차이밍량, 구로사와 기요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미셸 프랑코, 지아 장커, 프레딕 와이즈만 감독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최악의 경우 영화제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용관 이사장은 “이런 추세가 추석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 비정상적인 영화제 개최도 못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다시 말씀드릴 것”이라며 “만약에 못할 경우 전면 취소할지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티켓 발권 전까지 미리 알려드릴 거다. 최선을 다해 영화 상영과 관객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그렇지 못한 경우 칸처럼 내년으로 넘기는 초유의 사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변수는 추석”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앞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임계점으로 보고, 정부와의 논의를 거쳐 개최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