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 신규 대출만 13.6조…금융 지원 '박차'
국책은행 역할 확대에 주목…장기적 내부 혁신 '고삐'
IBK기업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 대출을 홀로 소화하며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 살리기에 누구보다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을 위해 존재하는 국책은행의 역할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은행은 장기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내부 혁신에도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내준 대출 잔액은 175조5329억원으로 지난해 말(161조9308억원)보다 8.4%(13조602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361조6211억원에서 386조4654억원으로 6.9%(24조8443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기업은행 한 곳에서 실행된 중소기업 대출이 4대 은행 총량의 반을 훌쩍 뛰어 넘는 셈이다.
이는 기업은행이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정책에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전반의 충격으로 기업들, 특히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소상공인들이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정부는 이들에 대한 은행의 정책성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라고 주문한 상태다. 이에 관련 정책이 본격 가동된 지난 4월부터 정책 금융 기관인 기업은행이 자영업자들에 대한 자금 공급에 발 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대출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것 역시 이런 흐름을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술금융 대출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은행이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해 한국기업데이터, NICE평가정보 등 기술신용평가사들로부터 보유 기술력에 대한 평가서를 받은 중소·중견기업이 이를 은행에 제출하면 대출을 내주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의 기술금융 대출은 올해 7월 말 75조1795억원으로 지난해 말(63조2851억원)보다 18.8%(11조8944억원) 증가하며 은행권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4대 시중은행들의 개별 기술금융 대출이 ▲국민은행 36조9780억원 ▲신한은행 32조7130억원 ▲우리은행 31조5031억원 ▲하나은행 28조5865억원 등으로 여전히 20조~30조원 대인 것과 비교하면 기업은행은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기업은행의 행보에 정부도 힘을 보태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미 올해만 네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인 정부로부터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조달 받았다. 기업은행은 이를 발판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와중 청와대 출신인 윤종원 행장의 존재감은 기업은행과 정부 사이의 공조를 더욱 끈끈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올해 1월 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한 윤 행장은 지난해 6월까지 청와대에서 경제수석을 맡으며 이번 정부 초기 핵심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 특명전권대사 등을 역임하며 경제·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장점을 인정받아 기업은행의 수장이 됐다.
이제 기업은행은 혁신 금융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을 실시하며 미래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확대된 역할이 장기 지속성을 갖고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한 기반을 다져 놓겠다는 각오다.
기업은행은 올해 하반기 혁신금융그룹을 신설, 미래 산업과 고객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창업벤처기업과 혁신기업 등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비금융 서비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토록 했다. 혁신금융그룹은 ▲혁신 창업기업 발굴·육성 ▲모험자본 시장 선도 ▲기업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체계 구축 ▲동산 담보·크라우드펀딩을 포함한 신상품 개발을 통한 금융 지원 확대 등 혁신 금융 업무를 담당한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자산관리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고객 중심 상품 선정·판매·사후관리를 관할하는 자산관리그룹을 신설하고 관련 조직을 일원화했다. 기존 수탁부를 비롯해 이번에 신설된 자산관리전략부와 투자상품부로 구성되며 ▲일관성 있는 자산관리 전략 수립 ▲체계적인 투자상품 선정·관리 ▲고객 맞춤형 이익 관리 등에 방점을 두고 업무를 수행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윤 행장은 "취임 초 혁신 금융과 바른경영을 양대 축으로 기업은행을 초일류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은행 경영 혁신을 위한 탄탄한 토대를 마련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금융 소비자 보호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