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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제2의 신화’→‘제2의 BTS’…달라진 아이돌들의 롤모델


입력 2020.10.01 00:00 수정 2020.09.30 19:1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신화컴퍼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신화컴퍼니,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자기가 해야 할 일이나 임무 따위에서 본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 ‘롤모델’의 사전적 정의다. 혹자는 지금 시기를 ‘롤모델이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아이돌계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계약’으로 맺어져 있는 관계에서 만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누구나 인정하는 ‘성공’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고 어떤 분야에서 성공을 이뤄낸 그룹을 향한 동경의 시선이 늘 존재한다. 각 시대에 롤모델로 주로 언급되는 가수(그룹)를 보면, 그 시대 아이돌이 바라보는 지향점이 투영되기도 한다.


아이돌계에서 ‘롤모델 부자’로 꼽히는 그룹은 단연 신화다. 아이돌계에서는 표준계약 기준상 아이돌 그룹의 계약 기간이 7년을 넘지 못하면서 이후 해체 혹은 탈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 ‘마의 7년’ ‘7년 징크스’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신화는 1998년 데뷔 후 지금까지, 즉 23년차가 될 동안 큰 갈등 없이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한창 활동하는 아이돌그룹은 “제2의 신화”를 꿈꾼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곤 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들을 롤모델로 삼고 활동에 임하는 그룹이 다수 존재한다. 당장 최근 몇 해만 하더라도 이달의 소녀, 원팀, TOO, MVP, 써드아이, 세븐틴, 워너비, 드림캐쳐, VAV, 여자친구, 드림노트, 심지어 트로트계의 아이돌 그룹으로 통하는 미스터T도 “멤버들끼리 우정이 끈끈한 신화를 닮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신화를 롤모델로 ‘장수’를 꿈꾸던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 중에는 이미 해체한 경우가 많다.


살아남기 힘든 시장에서 아이돌 그룹들이 신화를 롤모델로 꼽는 건 당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이 남기도 했다. 신화가 ‘왜 오래 살아남았는지’가 아니라, 단순히 ‘오래 살아남는 것’에만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지도를 쌓은 가수들 역시 신화의 ‘장수’라는 표면적인 모습에만 집중하는 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최근 아이돌그룹이 내놓는 롤모델과 그 이유를 들어보면 꽤 구체적이다. 또 그룹으로서는 물론, 멤버 개개인의 활약이 돋보여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은 어떤 그룹, 어떤 멤버의, 특정 부분을 닮고 싶다는 세세한 바람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 종착지는 이제 ‘방탄소년단’(BTS)이 됐다. 케이팝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로 활동 반경을 넓힌 것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데뷔한 그룹들의 경우는 예외 없이 닮고 싶은 그룹으로 방탄소년단을 언급한다. 올해 2월 데뷔한 다크비는 “모두가 인정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되고 싶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말했고, 지난 4월 데뷔한 크래비티도 “무대에서의 모습에 이입이 된다”며 방탄소년단에 대한 동경의 시선을 내비친 바 있다. 5월 데뷔한 걸그룹 우아도 “그룹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와 실력을 닮고 싶다”고 방탄소년단을 롤모델로 꼽았다.


이밖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 “높은 위치에서도 여전한 성실함” “비주얼과 퍼포먼스 등 하나도 빠지는 게 없는 그룹” 등의 이유로 엔쿠스, 세븐어클락, SF9, 느와르, 디원스, 에이스, 멋진녀석들, 온리원오브, 디크런치, 플래티넘, 원포유, 루첸트, VAV 등 다수의 그룹들이 방탄소년단을 닮고 싶은 가수로 여러 차례 지목했다.


그룹 자체로도 그렇지만, 멤버 개개인으로서도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멤버 뷔는 그룹 위아이로 재데뷔하는 김요한, CIX 김승훈 등에게 “아트스트다운 화려한 무대 위 퍼포먼스”라는 이유로 선망의 대상이 됐다. 또 뷔의 표정연기를 닮고 싶다는 박지훈과 더보이즈의 영훈, 무대 위의 재능을 닮고 싶다는 에이티즈의 여상, 뷔의 패션을 닮고 싶다는 골드차일드의 재현,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뷔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TXT의 범규 등 뷔는 후배 가수들에게 여러 면에서 영감을 주고 있었다.


멤버 지민에 대한 후배들의 반응도 뜨겁다. 온리원오브 유정도 닮고 싶은 롤모델로 지민을 언급하며 ‘라이’ 커버 댄스를 선보였고, 일본의 보컬·댄스 그룹인 k.b_addiction도 SNS를 통해 ‘라이’ 커버 댄스를 공개했다. 이 외에도 BDC 김시훈, 빅톤 세준, 스트레이키즈 현진, 에이티즈 우영, 에이스 김병관, 디크런치 현호, 크래비티 원진, 엘라스트 최인 등이 지민을 롤모델, 닮고 싶은 선배, 협업하고 싶은 선배로 꼽았다. 특히 같은 소속사인 TXT 멤버 범규는 “뼈가 부서져라 춤을 추는 모습에서 모든 걸 쏟고 내려가겠다는 자세를 봤고, 그때 지민으로부터 무대에 임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후배 아이돌 그룹들이 방탄소년단을 롤모델로 삼고, 그들을 닮아가고자 하는 건 지금까지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음악적 메시지와 이를 무대에서 완벽하게 재현하는 퍼포먼스, 그리고 그 무대에 깃든 시너지와 멤버들 사이의 형제애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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