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는 정의선 회장과 신산업 시대 격변 대응 논의하는데...
기아차 노조는 파업 협박, 이사회 사퇴 요구 등 '투쟁 악습' 못 버려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3일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같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노사가 일찌감치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하고 정의선 회장과 노조 지도부가 만나 회사의 미래 발전에 대해 논의하는 등 상생 협력을 지향하고 있는 것과는 온도차가 극명하다.
기아차 노조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시작했다. 오후 3시40분까지는 1직 근무자들이 투표하고, 이때부터 오후 8시20분까지는 2직 투표자들이 투표한 뒤 결과를 집계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으며, 오는 4일께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쟁의행위가 조합원 투표에서 절반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고,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이 가능해진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감정을 고려해 일찌감치 임금 동결로 임단협에 합의한 현대차 노조와 달리, 기아차 노조는 사측과 대립각을 세우는 쟁점이 많다.
대표적인 게 ‘잔업 복원’이다. 기아차는 지난 2017년 8월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매일 30분씩 하던 잔업을 그해 9월부터 중단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서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게 돼 있는 잔업수당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잔업 폐지로 근로자들의 임금 손실이 심해지고 있다며 사측에 잔업 복원을 요구해 왔다.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 근로자들과 비교해 기아차 근로자들이 연간 200만원가량씩 임금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현대차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승소하며 잔업수당 부담이 늘지 않아 기존과 같이 잔업과 특근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하지만 기아차는 잔업을 실시할 경우 현대차의 1.5배에 달하는 잔업수당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된다. 이 경우 현대차 노조와의 형평성 문제에 직면하는 만큼 쉽게 수용하기 힘든 사안이다.
기아차 노조는 자동차 전동화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에 대해서도 사측에 당장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 생산수요가 줄고 전기차와 수소차가 확대되면 부품 수가 줄면서 조립에 투입되는 인력이 감소하는 상황을 감안해 전기차 및 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을 기아차 사내에 유치하라는 것이다.
전동화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는 모든 완성차 업계 근로자들의 우려 사항이지만,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전동화 관련 부품 공장을 유치하라고 사측을 압박하는 경우는 기아차 노조가 유일하다.
현대차 노조도 전동화 관련 부품을 울산공장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사측과 유연한 태도로 협의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만나 노사가 합심해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였다.
기아차 노조는 그밖에도 법적으로 보장되지도 않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것과, 기아차가 3분기 실적에 1조원 이상의 품질 비용을 반영해 실적을 훼손한 책임을 지고 이사회가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사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회사의 경영 마인드 뿐만 아니라 노조의 투쟁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파업으로 사측을 압박하는 방식으로는 고용을 보장하기는커녕 고용보장을 뒤흔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