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보 교체 사태' 일단락되자
"김문수가 본질" 영향력 행사 나선 尹
친한동훈계 중심으로 '정리론' 재점화
"대선, 윤석열-이재명 대결 되면 필패"
극심한 혼란에 빠졌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문제가 대선 23일을 앞두고 가까스로 수습됐으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당 내부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형사 절차에 직면한 윤 전 대통령이 당이 자신을 정리하기 전에 선수를 쳐서 당을 방패막이 삼으려는 전략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대선 과정에서도 윤 전 대통령이 계속 돌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하루라도 빨리 끊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선이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으로 인한 탄핵 국면에서 치러지는 만큼, 승기를 잡기 위해선 선제적 리스크 차단이 필수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1일 페이스북에 김문수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되자 "김 후보가 제시하는 '원칙을 지키는 정치'는 바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하며 김 후보를 사실상 지지하는 입장을 내놨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6·3 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킬 것인가, 무너뜨릴 것인가 생사의 기로에 선 선거"라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은 격렬한 논쟁과 진통이 있었지만, 여전히 건강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출마 선언 당시 밝힌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의 번영을 위한 '사명'은 이제 김 후보와 함께 이어가야 할 사명이 됐다"며 "나는 한 전 총리가 그 길에 끝까지 함께해 주리라 믿는다"고 한 전 총리를 압박했다.
또 "나는 탄핵 당했지만 당에 늘 감사했다" "단 한 번도 당을 원망한 적이 없다"며 돌연 당에 대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형사절차 직면한 윤석열~김건희 부부
당에 '손절' 당하기 전에 선수 치기?
이 같은 윤 전 대통령의 행보에 당 일각에서는 격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번 대선이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 계엄에서 촉발된 조기 대선인 만큼,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로 치러질 경우 필패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친한(한동훈)계의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그 입 다물라"고 격하게 반발하며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빠르게 출당시키든지 정리해야 한다"고 '윤 전 대통령 정리론'을 재점화했다.
경선 탈락 후 한동훈 전 대표를 지지 선언했다가 중앙선대위에 합류한 양향자 선대위원장은 이날 열린 첫 중앙선대위원회의에서 12·3 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 선대위원장은 "이번 대선이 윤석열과 이재명의 대결이 되면 필패"라며 "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엄숙하게 사과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윤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파면으로 신분이 정리되고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함께 형사절차에 직면한 상황에서, 당이 자신을 정리하려는 기류를 감지해 선제적으로 당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회복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따라 당을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의도를 간파한 듯 한동훈 전 대표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윤 부부와 단호히 절연하라"고 요구한 데 이어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두고 "결코 선거에 도움 안되는 공개 메시지"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어 "당에 관여하려는 상황에서는 출당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리론에 힘을 실었다.
'윤석열 출당' 골든 타임은 놓쳤으나
대선 과정서 발목 안 잡히려면 서둘러야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가 조기에 확정됐더라면 윤 전 대통령 문제를 정리하고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할 수 있었겠지만, 지난 3일 후보 선출 직후부터 12일 선거운동 시작일까지 '골든 타임'을 후보 교체 소동으로 허비하는 바람에 안철수 의원 등 일각의 정리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론화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
또 김문수 후보 입장에서는 바로 12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의 출당 논의를 본격화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 전 대통령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모든 시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작용해 오히려 후보의 선거운동을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후보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본부장 또한 "선대위 차원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고 메시지를 내고 결정하기보다는, 후보가 앞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을 위대하고 새롭게 만들 것인가, 이런 것들을 국민께 보고하는 데 집중하겠다. 지나간 일에 매몰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또한 '출당 논의'가 후보의 선거운동과 메시지를 되레 가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없이는 중도층 표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계속 메시지를 내려 할텐데, 그 때마다 '왜 정리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비등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선제적 리스크 차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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