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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아이콘’이었던 희극인 박지선이 남긴 말들


입력 2020.11.03 15:11 수정 2020.11.03 15:1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박지선 SNS

2일 개그우먼 박지선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평소 그를 향했던 외모 비하와 독설도, 보란 듯이 웃음 코드로 만들어 버렸다. 자존감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박지선은 개그우먼으로서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자존감과 관련된 각종 강연에 참여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힘을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여러 면에서 그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었다.


박지선은 인터뷰 때마다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해왔다. 올해 데뷔 13년차 희극인 박지선은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되새기다가 2007년 KBS 22기 개그맨 시험을 쳤고, 합격했다.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겁니다” (2015년 2월 EBS ‘지식채널e’ 인터뷰)


박지선은 자신이 택한 희극인의 길을 걸으면서 승승가도를 달렸다. 개그는 물론이고, 예능에서도 타고난 입담으로 출연 제안을 꾸준히 받아왔다. 개그 무대에서 뿐만 아니라 타고난 입담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 ‘고양이를 부탁해4’ ‘송은이 김숙의 영화보장’ 등에서 진행자로 활약했고, 최근에는 영화 시사회나 가수들의 쇼케이스 등에서도 MC로 입지를 다져왔다.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잖아요” (제10회 대한민국영상대전 포토제닉상 수상 소감)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주로 ‘못생긴 젊은 여성의 비애’를 연기했다. 실제로 그의 얼굴을 비하하는 일부 시청자들의 댓글도 있었고, 왜 스스로의 얼굴을 ‘못생긴 여성’으로 만드냐며 질책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박지선은 한 결같이 의연했다.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을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20대 여성으로서 화장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 개그우먼으로서 분장을 하지 못해 더 웃기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개그우먼이 되겠습니다” (2008년 KBS 연예대상 우수상 수상소감)


박지선은 햇빛 알레르기로 인해 메이크업을 할 수 없었다. 메이크업은커녕 스킨, 로션도 제대로 바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많은 희극인들이 무대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메이크업, 분장을 하는 것과 달리 그는 대부분 민낯으로 무대에 올랐다.


“성형을 반대하진 않아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면 괜찮다 생각해요. 저는 제 얼굴 사랑해서 날 사랑해줄 수 있는 집단을 찾아간 것 같아요. 잇몸 교정도 안하고, 어떤 시술도 하지 않을 겁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잖아요.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 주겠어요.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2015년 5월 ‘청춘페스티벌 강연)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했던 박지선이기에 이번 비보는 동료들, 그리고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자신을 사랑한 만큼,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그는 지난해 7월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했을 당시 부모님이 직접 농사를 지은 채소를 검정 비닐봉지에 잔뜩 담아 나눠주고, 행사의 MC를 맡을 때면 주인공인 배우, 가수들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하면서 그들을 사랑스럽게 포장해주는 역할에도 능숙했다. 단순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가진 사랑을 나눌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한편 박지선은 2일 오후 1시 44분께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모친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를 발견했지만, 유족들의 뜻에 따라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에 마련됐다. 발인은 5일 오전 7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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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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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위 2020.11.03  04:36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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