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디그라운드㉝]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이 담아내는 소리와 이야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0.11.04 14:17  수정 2020.11.04 14:19

신곡 '우정의 정원으로' 10월 30일 발매

ⓒ씨티알싸운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의 인생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가수로 활동하기 전, 어린 시절부터 가야금 병창, 판소리를 배웠고 학창시절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지원하고, 대학 시절에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꾸준히 음악을 해왔다. 그는 “음악이 가장 빨리 내 몸에 반응했고, 끌렸다”고 말했다.


최고은은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음악에 다양한 소리와 이야기를 담는 가수다. 특히 그가 가진 음색은 대중음악 씬에서 찾기 힘든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홍대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독특한 음색의 보컬들과도 분명 다른 성격의 목소리다. 어린 시절의 영향인지 국악의 느낌도 상당히 묻어난다. 결국 최고은은 이런 낯선 음색을,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무기로 만들어 냈다.


- 벌써 데뷔 10년차가 됐습니다.


저의 첫 앨범은 정말 아마추어리즘의 결정체였어요. 순진하고 계산 없는 열정으로 가득했어요. 음반을 어떻게 만드는 줄도 몰라서 1000장을 집에서 직접 만들었어요. 나무로요. 하하. 저의 음악을 들은 주변 분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면, 그 말을 그대로 듣지 않고 귓가를 스치게 했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면 왠지 내가 우쭐해질까 봐요.


- 10년이 지난 지금,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을까요?


무언가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지내고 싶습니다. 지우개로 지운 것은 아니고, 재건축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요. 타성에 젖은 것을 허물고, 알맹이를 건져 올리고 싶어요.


- 해외 활동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독일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오가며 공연을 하고, 일본 후지티비가 주최한 경합프로그램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해외 활동이 음악 생활에 어떤 영향들을 미치고 있을까요?


조금 반성하게 되는 건 국내활동에 소홀하게 지냈던 것이에요. 마음이 늘 어딘가로 떠나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겪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 데, 어느 한 곳에도 정주하지 않는 유목민의 마음이었구나 싶더라고요. 대신에 해외활동을 국내활동과 병행하는 일을 통해 음악적 지구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10년간 음악을 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요?


슬럼프라고 하자면 반복되는 음악활동의 패턴이 타성이 되어 기쁨도 슬픔도 놀라움도 비슷한 수준으로 되었다는 것이에요. 어쩌면 다르게 표현하자면 피로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제 주변 음악인들을 보면서 허리를 다시 세웁니다. 예를 들어 선우정아 씨. 저는 그녀가 아름다워요. 정아 씨가 음악활동을 하는 태도에서 그렇게 느낍니다. 혼자만의 착각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다시 힘을 얻어요.


ⓒ씨티알싸운드

- 새 앨범 ‘우정의 정원으로’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저도 처음 해 보는 시도인데요. 대중들과 함께 곡의 가사를 만들어 본 곡입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핑계 삼아 우리의 삶을 싱그럽게 하는 단어, ‘우정’에 대한 주제로 몇 차례 인스타 라이브를 거쳐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우정스러움’을 채집하고, 저의 언어로 다듬어 가사를 완성했습니다.


녹음과정에서는 최대한 여러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우리 밴드멤버들과 씨티알사운드 식구들을 비롯하여 인간적으로도 좋아하는 플루이스트 고우리, 그리고 보리차 같은 음악인 김사월 씨, 몽림까지.


-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우정의 얼굴들은 통일되게 그릴 수 있지만, 개개인이 추억하고 경험 한 우정스러운 모습은 정말 다양하고 모두가 특별하다고 새삼 느꼈어요. 어떤 한 분은 이전에 하우스메이트로 지내던 친구를 위해 직접 끓인 보리차를 시원하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하루 지쳐있을 친구에게 시원한 보리차로 수고했다고 응원하고 위로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그 내용을 가사에 담았어요. 브릿지 부분인데요, 거긴 사람들의 제각각의 이야기를 짜깁기해서 넣은 부분이에요. ‘너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끓여 낸 보리차, 사이에 두고 음악을 틀고 우린 말도 안 되는 춤을 춰. 손 맞잡은 손 안에 감정의 주파수를 맞춰 줘’ 이렇게요(웃음).


-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진짜 최고은 씨가 생각하는 ‘우정스러움’도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귀하게 여기는 존재를 배려하고 함께하려는 마음이요!


- ‘우정의 정원으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뭔가요?


어떤 청춘의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필름카메라로 찍힌 사진을 보는 것처럼 무언가 그리워지는 느낌을 갖으셨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이, 우정스러움이 그리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화를 하거나 만났으면 좋겠어요.


- 평소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 붙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요?


통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가사와 멜로디 악기의 쓰임이 목소리와 통일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긋남에도 이유를 갖게 되는 통일성이라면 좋겠고요.


- 최고은 씨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내가 나다워지는 방향으로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 롤모델도 있나요?


세상의 큰 어른들입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면 저의 내면의 색깔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날 것 같아서. 이정도만요, 하하. 음악을 하는 후배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지점들에서 신뢰를 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계획했던 목표의 얼마만큼이 실현됐나요.


올 가을에 새 앨범을 발표하려고 했는데, 그건 내년 초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전에 발표했던 ‘Nomad Syndrome’과는 색깔이 확연히 다를 거예요. ‘친구’를 주제로 한 곡들입니다. 조금 만 더 기다려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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