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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뷰] '워킹맘육아대디'→'산후조리원', 모성애의 다른 이름을 말한다


입력 2020.11.17 13:56 수정 2020.11.17 13:5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밤새 한숨도 못자고 쉬지도 못한 엄마들이 스트레스 받으며 수유하는게 과연 좋을까요?"


tvN '산후조리원'의 이단아 이루리(최리 분)가 모유 수유를 고집하고 다른 산모들에게도 강요하는 은정(박하선 분)에게 날린 말이다. '산후조리원'이 신성하고 축복받아야 할 출산이, 사실 아름답지만은 않으며 아기를 낳았다고 없던 모성애가 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산후조리원' 속 오현진은 "내가 엄마가 된건지 젖소가 된건지 모르겠다"고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압축기를 가슴에 달고 엄마가 된 소감을 처연하게 말한다.


'산후조리원' 속 모유 수유를 놓고 산모들의 설전은 많은 관심을 받으며 화두를 던졌다. 아이를 위해 내가 희생하더라도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엄마의 입장에서 모유 수유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는 '완모파'와 내가 불행하면서까지 아이에게 희생을 해야 하냐는 '분유파'는 팽팽히 맞선다.


쌍둥이 아들을 24개월 모유 수유를 해 키워내고 자연분만으로 딸을 낳은, 무엇보다 젖의 양이 많은 은정은 '산후조리원' 속 여왕이다. 화장품 회사 최연소 이사지만, 최고령 산모인 현진(엄지원 분)은 영화 속 '설국열차' 꼬리칸에서 허덕이는 최하위 계층으로 떨어진다. 사회에서 이룬 지위나 경력은 '산후조리원' 속에서 소용 없으며, 누가 더 젖의 양이 많고, 완벽한 모성애를 보여주느냐가 '산후조리원' 속 세계의 우두머리가 될 것인지 정한다.


또한 현진이 아이를 두고 복직한다고 말하자 다른 산모들이 기겁 하는 장면, 현진이 남편과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하고 돌아오자 아이를 버린 것 마냥 말하는 수유 도우미의 모습이 죄책감을 건들여 모성애를 강요한다. 출산과 함께 '나'의 모습은 없고 '엄마'의 역할만을 강요하는 시선과 편견에 '산후조리원'이 돌을 던지며 균열을 낸다. 하지만 섣불리 무엇이 좋고 나쁜지 결론짓지 않는다. 초보엄마들은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하며 엄마로서 한 발자국 나아갈 뿐이다.


미디어는 여성의 각자 상황과, 사회적 활동 영역에 맞춰 전형적인 엄마의 역할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꾸준히 문을 두드려왔다. MBC '워킹맘 육아대디'는 제목 그대로 엄마가 경제 활동을 책임지고 아빠가 육아를 도맡는 가정을 그려, 별다른 의심없이 육아가 당연히 엄마의 몫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를 뒤돌아봤다. 이와함께 아빠 혼자 육아를 하게 됐을 때 일어나는 상황들로, 육아는 개인의 몫이 아닌, 엄마와 아빠가 함께 책임져야 할 메시지를 전달했다.


tvN '마더'는 학대 당한 아이를 납치해 자신의 아이로 입양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학대를 일삼는 친엄마의 모습에서 모성애는 선천적인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자식을 직접 낳는 것과 상관없이 모성애가 피어날 수 있으며 진짜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화 '엄마의 부탁'도 모성애는 본능이 아닌 노력과 선택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효진(임수정)은 나이 서른 둘에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고등학생 아들 종욱(윤찬영)의 엄마가 되길 선택한다. 죽은 남편의 아들이지만 친 아들은 아닌 종욱은 부담스러운 존재지만,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가며 엄마와 아들이 되어간다. 모성애를 유난스럽게 치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표현하며. 이것 또한 모성애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한다.


미디어는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임신과 출산, 육아를 통해 나오는 고민을 다루고 있다. 엄마의 역할을 규정짓지 않고, 모난 모습 역시 '틀린' 것이 아닌 '다른' 것이라고 말하며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을 재고하게 만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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