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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시청률 핑계는 그만”…자극 일삼는 제작진이 봐야할 예능들


입력 2020.12.17 02:00 수정 2020.12.16 21:0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유퀴즈', 사람 냄새 나는 프로그램 호평...시청률 5%까지 치솟아

착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싱어게인', 5회만에 시청률 2배 이상 상승

ⓒtvN, JTBC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은 늘 ‘자극’적인 소재를 환영했다.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도, 화제성과 연결되고 시청률을 높일 수 있기에 자주 선택지로 사용된다. 서로의 외모를 디스하고, 과거를 폭로하며, 온갖 반칙과 술수가 난무해도 이 선택지는 유혹적이다. 결과적으로 ‘재미’에 초점을 두고 과정을 최대한 자극적으로 뽑아내는 것이 어느새 당연해졌다.


그러나 최근 몇몇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은, 불편한 자극 없이도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끌고 시청률 상승까지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과 조세호가 길거리 토크에 퀴즈를 결합한 형태로 시작했다. 초창기부터 화제는 끌었지만, 시청률은 1%에 줄곧 머물렀다. 시즌2도 좀처럼 3%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겨울 휴지기를 기점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가 겹치면서 프로그램은 초기의 방식을 버리고 특정 장소와 특정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인물을 초대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방송을 이어나갔다. 이전 시즌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유퀴즈’를 두고 ‘사람냄새 나는 프로그램’이라는 평이 많았지만, 새롭게 변화를 준 ‘유퀴즈’는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한 층 더 확고히 했다.


ⓒtvN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연예인을 게스트로 섭외해도, 그들을 화제성의 도구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 ‘유퀴즈’의 매력 중 하나다. 앞서 신민아, 정우성, 공유, 차태현, 주지훈 등을 게스트로 초대하고도 그들의 작품을 홍보하거나, 가십거리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연예인들도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여기에는 유재석의 진중하면서도 유쾌한 진행 능력이 주효했다.


매 회가 대중의 관심을 끌면서 화제성을 높인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통했다는 건, 시청률로도 증명됐다. 시즌3 초반에는 2.6%로 출발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점차 시청층을 넓혀 나갔다. 5월 27일 방송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특집’으로 3%의 벽을 처음 넘어선 후 줄곧 3~4% 안팎의 시청률을 보였고, 지난 9일 방송된 ‘월드클래스 특집2’로 5%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자극적’이라 평가받는 프로그램들은 오디션 포맷이다. 필연적으로 경쟁 구조지만, 참가자들 간에 ‘갈등’을 부추기고 ‘악마의 편집’으로,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내는 상황은 이미 대중에게도 익숙하다. 여러 차례 논란이 돼 왔음에도 ‘욕 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처럼, ‘욕 하면서 보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익숙하게 생각되던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연출 방향이 '흥행 공식'이 아니었음을 보여준 건 지난달 16일 방송을 시작한 JTBC ‘싱어게인’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실력자, 한땐 잘 나갔지만 잊혀져버린 비운의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오디션’의 성격을 띠고 있어 이 역시 서바이벌 형태로 진행되지만, 출연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매우 다르다.


ⓒJTBC

무명가수, 혹은 잊혀진 가수들이 출연하는 만큼 참가자들은 라운드 진출보다 시청자들에게 얼굴과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심사위원들도 직관적으로 ‘실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사연과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짚어주고 함께 공감하면서 뭉클한 장면들을 연출해낸다.


지난 14일 방송에서 ‘견우와 직녀’ 팀으로 묶였던 1호 벤티와 45호 윤설하가 보여준 무대가 특히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경우다. 사실 두 사람의 무대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선보였다면 음악적 완성도, 실력적인 부분만을 평가하면서 굴욕적인 탈락자로 낙인이 찍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오히려 이들의 실수를 따뜻한 말로 다독여주고, 격려를 보냈다. 단순히 대결이 아닌, 그들의 무대에 쏟아낸 정성과 과정을 봤기 때문이다.


‘싱어게인’도 첫 방송 당시 3.165%로 출발했지만, 방영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 14일 방송에서는 7.545%까지 치솟았다. 5회 만에 두 배의 시청률 상승폭을 보인 것이다.


“착한 예능은 재미가 없다”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 “욕하면서도 보는 예능”이라는 핑계로 억지 재미를 만들어냈던 연출자들에게 ‘유퀴즈’와 ‘싱어게인’의 사례가 그들의 나태함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순한 맛’ ‘착한 예능’이라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니다. 재미는 그 프로그램이 가진 정체성, 색깔을 얼마나 확고히 하고 이를 적절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에 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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