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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영화‧현실도…달라진 ‘학폭’을 바라보는 시선


입력 2021.02.25 13:00 수정 2021.02.25 10:0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청소년 문제, 이제 범죄로 인식

청소년 범죄나 학교 폭력(학폭) 왕따 등이 문제는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단지,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철 모를 때 하는 장난' '친구끼리 하는 장난' 수준으로 받아들여졌다. 혹은 자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며 '추억'으로까지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시대의 흐름은 이런 시선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10대의 장난'이 아닌 범죄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학폭 혐의를 인정한 이재영 이다영 자매는 배구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됐고, 배구협회가 자매의 어머니에게 수여했던 '장한 어버이상'도 취소됐다. 쌍둥이 자매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고, 연봉을 지급하지 않는 방침까지 세웠다.


이같이 과거의 잘못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밝혀질 시, 철퇴를 맞는 결과물을 가져오자 과거의 피해자들이 '학투'를 외치고 있다. 청소년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자 영화도 이를 적극 반영해 변화해왔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는 1970~80년대 시절을 배경으로 준석(유오성 분)과 동수(장동건 분)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영화로 당시 818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준석과 동수는 학창시절부터 절친으로 동급생들의 우두머리로 일탈을 즐기는 인물로 묘사됐다. 이해관계에 따라 폭력을 주고 받는 무자비한 고등학생들이지만, 대중은 '친구' 주인공들의 의리와 갈등에 열광했다.


고등학생들이 일진 자리를 놓고 세력 다툼을 하는 장면을 보여줬던 '말죽거리 잔혹사'도 당시 사회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주인공 현수(권상우 분)의 활약이 오히려 쾌감을 선사했다. 이 영화 역시 2004년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외에도 '바람'과 일본 영화 '크로우즈 제로' 시리즈도 마니아를 형성했다. 청소년의 비행을 다룬 영화들은 주로 폭력을 의리란 이름으로 정당화 했고 피해자는 힘이 없어 소심해 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몰곤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철 없던 한 때의 비행'을 그리는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피해자의 시점에서 사태를 고발하는 영화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지고 관객의 호응을 받고 있다


'괴물들', '한공주' '우아한 거짓말'은 학폭에 괴로워하는 피해자의 고통을 적나라하게 그려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한공주'는 2004년 경남 밀양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을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집단 성폭행을 당한 평범한 소녀가 오히려 가해자에게 시달리면서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내용을 담아 사회 고발로 국, 내외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박화영'은 비행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서로 왕따를 시키고 폭력을 가하고 이간질을 시키는 행동이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일인가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그렇다고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바람'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이 영화들 역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 비춘 것일 뿐이다. 당시 관객들에게 쾌감을 주고 재미를 안겼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피해자들의 시점의 영화들은 영화적 재미를 주진 못한다. 오히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현실이 불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대상을 반영한 영화들은 여러가지 관점을 제시할 수 있고, 사각지대를 극화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흐름으로 보여진다. 이는 영화의 순작용이며 계속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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