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백만원 할인혜택에도 국내 판매 감소세
신차 부재·노사갈등·생산차질로 악순환 지속
'없어서 못판다.' 국내 중견 완성차 3사에게는 먼 말이다. 오히려 1대라도 더 팔기 위해 각종 파격적인 할인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판매량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기아와 달리 판매량에 크게 기여할 만한 신차가 부재한 상황으로, 당분간 기존 라인업의 할인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의 올해 1~5월 국내 시장 판매량은 7만1551대로 전년 동기 보다 31.5% 감소했다. 현대차·기아가 같은 기간 5.6%, 5.0%의 증가율을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이 가동 차질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판매량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르노삼성은 생산라인 중단이 없었음에도 불구, 저조한 판매 성적을 거뒀다. 공급 차질 보다는 수요 부진 이유가 더 컸다. 1~5월 내수 판매량은 2만3230대로 전년 동기 보다 44.1% 급감했다. 중견 3사의 감소폭중 가장 크다.
내수 판매를 견인하는 차종인 QM6가 지난해 보다 25.7% 감소하며 1만4000대 수준으로 급감했고, 소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XM3도 올해 5개월간 6500대 팔리는 것에 그쳤다.
판매량이 쪼그라들자 르노삼성은 각종 할인정책을 내세웠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지난달 르노삼성은 SM6와 QM6 차종에 따라 최대 180만원~280만원까지의 할인혜택을 제공했으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70.0%, 22.3% 감소한 222대, 3081대로 추락했다.
회생 절차를 진행중인 쌍용차는 1~5월 판매량이 2만대를 간신히 넘어선 2만901대를 나타냈다. 전년 동기 보다 32.8% 줄어든 수치로, 중견 3사 중 가장 적은 판매량이다.
티볼리, 코란도, G4 렉스턴, 렉스턴 스포츠 등 판매하는 4개 라인업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5월까지 7000대 이상이 팔린 코란도의 경우 3500대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고 같은 기간 1만2000대를 넘겼던 렉스턴 스포츠도 8000대로 쪼그라들었다.
쌍용차는 지난달 차종에 따라 최대 200만원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등 각종 마케팅을 내세웠지만 코란도와 G4렉스턴은 각각 765대, 555대에 그치며 판매량이 크게 미끄러졌다.
중견 3사 중 그나마 가장 선방한 한국GM은 1~5월 판매량이 2만7420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6% 줄었다. 주력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 외에 대부분의 판매 차종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달 한국GM은 할부 이용시 현금을 지원하는 등 최대 3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으나, 트레일블레이저와 스파크를 제외한 대부분의 차종 판매가 40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들 중견 3사는 난국을 타개할 만한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전기차 등 막강한 신차를 준비중인 현대차·기아, 수입차 브랜드에 밀려 하반기에도 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은 국내에서 새롭게 생산하는 차종이 없는 대신 순수 전기차 볼트EV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를 비롯해 SUV, 볼트 EUV 등 수입 판매 차종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만 이들 라인업은 볼륨 측면에서 판매량 제고에 크게 기여하기 힘들다.
쌍용차는 첫 준중형 SUV 전기차인 E100을 내놓을 예정이었으나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연내 출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올해 아예 신차 없이 버텨야 한다.
이에 중견 3사들은 기존 차종들을 중심으로 할인혜택을 강화해 최대한 '현상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마케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이달 전기차 '르노 조에'의 경우 최대 350만원의 현금 혜택을, SM6는 280만원의 구매 혜택을 제공하는 등 할인폭을 확대했다. 한국GM 쉐보레 역시 구매 고객에게 최대 200만원의 현금을 지원한다. 쌍용차도 차종에 따라 최대 150만원을 제공한다. 현대차·기아가 차종별로 20~40만원의 기본 할인을 제공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형 성장없이 당분간 '버티기'에 나서야 하는 이들 3사는 노사문제 등 내부 갈등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잦은 파업은 생산차질에 영향을 미칠 뿐더러 기업 생존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최근 노조의 파업으로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등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놓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사측의 직장폐쇄 철회 이후에도 노조는 임금 인상과 인천·창원 정비사업소 폐쇄 철회 등 2020년도분 임단협 요구사항을 수용할 것을 사측에 압박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27일 노사 상견례 이후 올해 임금협상(임협) 교섭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노조는 9만9000원의 월 기본급 인상과 1000만원 수준의 일시금(성과급+격려금)을 지급해달라는 올해 임협 요구안을 내놨다. 사측은 7년 연속 적자에 올해 역시 흑자전환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쌍용차는 최대 2년간 직원 절반에 대해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마련하는 등 기업 회생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조는 7~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자구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자구안이 과반 찬성으로 총회를 통과하면 쌍용차는 이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