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센, 지난 1년간 무려 66경기 뛰는 강행군 이어가
돈에 눈이 먼 UEFA는 경기 편성 늘려 선수들 혹사 방치
FIFA 월드컵만큼 축구팬들의 흥미를 자아내는 2020 UEFA 유럽선수권(유로 2020)이 막을 올렸다.
하지만 대회 초반, 선수가 경기 도중 쓰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고 ‘혹사’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덴마크 축구대표팀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지난 13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에 위치한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B조 핀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서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심정지 상태였다.
다행히 에릭센은 재빨리 투입된 의료진의 응급조치를 받았고 현재 병원에서 회복 중이다. 다만 심정지와 같은 위중한 일을 겪은 터라 그가 그라운드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문제는 제2, 제3의 에릭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혹사’다.
먼저 에릭센의 지난 1년간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간 클럽 및 국가대표에서 무려 66경기를 뛰었다. 5일에 한 번 경기를 치른 셈이다.
유럽 축구는 8월 중순 경 시즌을 시작해 이듬해 5월까지 리그 일정을 이어간다. 리그만 놓고 보면 1월 휴식기와 9월과 11월, 3월 등 A매치 데이가 있어 체력 관리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각 리그마다 축구협회서 주관하는 컵 대회가 있고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유럽클럽대항전도 치러야 한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리그컵이라는 대회가 하나 더 있다.
에릭센과 같은 스타플레이어들 대부분은 강팀에 속해있고 이와 같은 일정을 모두 치러야하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또한 A매치 휴식기에 쉬기는커녕 각자의 조국으로 날아가 국가대표 일정까지 소화하게 된다.
유럽축구연맹은 여기서 한 술 더 떴다. 그들은 지난해부터 UEFA 네이션스리그를 출범했고 A매치 데이는 물론 비시즌에도 경기를 치르는 강도 높은 일정을 내놓았다.
이처럼 많은 수의 경기를 편성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돈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스포츠 종목인 축구는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구단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해마다 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고, 협회 또는 리그 사무국도 TV 중계권을 팔아 더욱 큰 수익을 낸다. 즉, 경기를 많이 치를수록 선수와 구단, 협회가 모두 배를 불리는 구조다.
하지만 당장의 수익을 위해 혹사당하고 있는 선수들이 외면을 받았고 결국 에릭센이 쓰러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유로 2020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2020-21시즌이 시작된다. 만약 결승전까지 치른다면 이들에게 주어지는 휴식기는 고작 2~3주 밖에 되지 않는다. 돈에 눈이 먼 UEFA가 선수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선수들은 기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