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③] ‘무브 투 헤븐’ 윤지련 작가가 제공하는 행복한 판타지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1.06.15 13:58  수정 2021.06.15 13:58

'꽃보다 남자'·'프로포즈 대작전' 학원물 강점

'무브 투 헤븐' 동화적 감성 여전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넷플릭스

윤지련 작가는 학원물부터 정통 멜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폭넓은 활동을 선보이는 작가다. 풋풋함이 매력적인 학원물에 유독 강함을 보이기는 했다. 성장 드라마 ‘반올림3’를 시작으로 ‘꽃보다 남자’, ‘프로포즈 대작전’까지, 생기 넘치는 청춘들을 매력적으로 그려냈었다. 서정적인 분위기의 멜로드라마 ‘엔젤 아이즈’ 또한 아쉬운 성적표에도 불구, 아역들의 활약은 꾸준히 회자됐었다. 아버지를 잃은 후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 동주(강하늘 분)와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시력까지 잃은 후 마음의 문을 닫은 수완(남지현 분)이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풋풋한 첫사랑 감성이 제대로 느껴진단 평가였다.


오랜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에서는 이야기의 폭을 한층 넓혔다.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 분)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 분)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돕는 내용을 선보이고 있다. 산업재해 피해자부터 데이트폭력 피해자, 치매 노인, 동성애자 등 모두가 외면한 아픔을 상구의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힐링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호평은 물론, 입소문을 타고 ‘오늘 한국의 TOP10’에도 이름을 올렸었다.


◆ ‘꽃보다 남자’·‘프로포즈 대작전’이 구현한 만화 판타지


윤 작가는 활동 초기 ‘꽃보다 남자’와 ‘프로포즈 대작전’ 두 작품 연속 일본 원작이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윤 작가 하면 학원물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그의 초기 작품들이 남긴 임팩트가 컸기 때문이다.


‘꽃보다 남자’하면 특유의 ‘오글거리는’ 감성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이 매력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10대 시청층을 겨냥한 학원물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꽃보다 남자’는 만화의 판타지를 적절하게 살리며 성공을 거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방송 당시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KBS, SBS

꽃미남 4인방 F4의 오글거리지만, 10대 감성을 제대로 저격한 명대사들의 향연부터 금잔디와 얽히고설킨 관계를 과하지 않게 풀어내며 판타지를 자극한 것 역시 인기 요인으로 손꼽혔다. 당시 설정의 유치함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장르의 매력을 극대화한 것이 ‘그래도 재미만큼은 있다’는 확실한 평가를 끌어냈다. 재미난 순정만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행복함이 이 작품의 매력인 셈이다.


시간여행으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첫사랑과 잘 되기 위해 현실을 바꾸려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TV조선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에서도 이 장점이 발휘됐다. 이 역시도 일본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시청률은 낮았지만 강백호(유승호 분)와 함이슬(박은빈 분), 두 청춘의 멜로 케미만큼은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싹 틔우는 보편적인 서사였지만 두 사람의 알콩달콩 관계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 ‘엔젤 아이즈’가 선사한 ‘힐링’


아픈 가족사 때문에 첫사랑을 떠나보낸 남녀 주인공이 12년 후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SBS ‘엔젤 아이즈’로 본격 멜로 장르에 도전했다. ‘꽃보다 남자’의 구혜선이 또 한 번 주인공으로 출연했으며, 이상윤이 그의 멜로 상대로 등장했다.


이 드라마도 당시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지만, ‘엔젤 아이즈’가 선보인 순수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감성을 아역 캐릭터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출발, 이후에도 심각한 갈등보다는 각자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특히 긴 시간 사랑을 지켜 온, 지고지순한 박동주(이승윤 분), 윤수완(구혜선 분)의 서사가 동화 속 사랑 이야기처럼 예쁘게 그려졌다.


‘무브 투 헤븐’은 본격 멜로를 다룬 작품은 아니지만, 윤 작가가 ‘엔젤 아이즈’에서 보여준 동화적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다. 상처를 가진 이들이 연대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뭉클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산업재해 피해자부터 데이트 폭력 피해자, 치매 노인,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연을 다루지만, 이를 편견 없는 그루의 ‘착한 시선’으로 다루며 따뜻함을 유발한다. 티격태격 케미를 보여주는 나무(홍승희 분)와 그루는 마치 청량한 청춘 멜로의 감성을 느끼게 하며 ‘무브 투 헤븐’의 아기자기함을 배가시키기도 한다. 늘 변화무쌍한 작업을 이어 왔지만, 매 작품 행복한 판타지를 경험하게 하는 윤 작가의 저력이 느껴진 작품이다.


<윤지련 작가 작품>


MBC ‘굿모닝 공자’(2004년)

KBS2 ‘반올림3’(2006년)

KBS2 ‘꽃보다 남자’(2009년)

TV조선 ‘프로포즈 대작전’(2012년)

SBS ‘엔젤 아이즈’(2014년)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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