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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ICK] ‘보통 남자’ 판타지의 정석, 정우


입력 2021.07.02 09:26 수정 2021.07.02 09:26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이 구역의 미친X'로 8년 만에 드라마 복귀

ⓒ카카오TV

‘쓰레기’에 빠지더니, 이젠 ‘미친X’에 빠지게 한다.


배우 정우는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 단역 배우로 데뷔해 ‘라이터를 켜라’ ‘품행제로’ ‘동갑내기 과외하기’ ‘바람난 가족’ ‘다찌마와리’ 등으로 조금씩 존재감을 확장해왔고, 2009년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바람’으로 정우는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다만 그 당시까진 때론 양아치였고, 동네 건달이었고, 조직 보스의 부하였다.


본격적으로 정우가 ‘보통 남자’의 판타지의 주인공이 된 건, 2013년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서다. 흔히 드라마에서 로맨스 판타지를 완성하는 ‘꽃미남’은 아니지만, 흔히 동네에 있을 법한 친근한 동네 오빠의 느낌으로 연기하는 로맨스는 흔한 배우들의 로맨스와는 다른 ‘보통 남자’ 판타지를 만들어낸다. “정우가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를 아무렇지 않게 벌컥 벌컥 마시고, 수건과 걸레도 구분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붙은 ‘쓰레기’라는 별명이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의대 에이스, 동생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배려 깊은 맏형, 그리고 나정(고아라 분)에게는 친오빠처럼 꾸밈없으면서도 한없이 다정한 남자였다.


그저 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나정이와 친남매처럼 티격태격 하는 모습은 조금도 밉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거기에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는 의대생의 허술한 모습을 귀엽게까지 느껴진다.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를 통해 정우는 ‘쓰레기앓이’ ‘쓰레기 신드롬’을 일으키며 단숨에 로맨스 치트키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정우는 쓰레기 이후 영화 ‘쎄시봉’(2015) ‘히말라야’(2015) ‘재심’(2017) ‘흥부’(2018) ‘이웃사촌’(2020) 등을 통해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그러나 로맨스물에선 종적을 감췄다.


최근 방송된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는 그 오랜 기다림,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작품이 됐다. 한 사건을 계기로 분노조절장애를 앓게 된 노휘오는 정우를 만나 사람 냄새나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거듭났다. 처음에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기 바빴던 이민경(오연서 분)과 각자의 아픔과 상처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내 편’이 되어주는 과정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로 8년 전, 쓰레기의 모습이 겹쳐 보일 수도 있는 모험적인 선택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정우의 디테일한 표현력, 연기력과 함께 그만의 로맨스가 다시 불타올랐다. 툴툴거리면서도 다정한, 슬리퍼를 끌고 트레이닝복을 입고서도 멋있어 보여야 하는 휘오 캐릭터는, 정우라서 가능했던 역할이었다. 그렇게 정우표 ‘보통 남자’ 판타지가, 8년 만에 다시 깨어났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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