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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 확인…뺨때리고 임산부 야간 근로까지


입력 2021.07.27 14:56 수정 2021.07.27 15:02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고용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지속적 폭언·업무 압박’ 드러나

네이버, 조치 의무 불이행…직원 절반 6개월 내 괴롭힘 겪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 본사.ⓒ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네이버에 재직하던 한 직원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진행된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인정됐다.


고용부는 27일 네이버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네이버에서 근무하던 40대 직원 A씨는 지난 5월 자택 근처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고용부는 지난달 9일부터 이달 23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직속 상사인 책임 리더로부터 지속적으로 폭언과 모욕적 언행을 겪었으며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과도한 업무 압박에도 시달렸다. A씨와 같은 부서에 근무한 직원 진술과 일기장 등 관련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부는 이를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정신적, 신체적인 고통을 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회사의 잘못도 인정됐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없이 사실 확인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A씨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서도 사실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등 사용자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A씨를 포함한 다수의 직원들이 최고운영책임자(임원)에게 가해자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직접 문제를 제기했으나 오히려 신고자에 대해 불리한 처우를 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신고 채널은 유명무실했다. 네이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안임에도이를 ‘불인정’하는 등 일부 신고에 대해서 불합리하게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긴급하게 분리 조치를 한다는 명목으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아닌 피해 노동자를 소관업무와 무관한 임시 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를 부여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볼 때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 등 조직문화를 진단하기 위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이 최근 6개월 동안 한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임원급을 제외한 전 직원(4028명) 중 1982명(49.2%)이 응답했으며 응답자의 10.5%는 최근 6개월 동안 1주일에 한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응답했다.


주요 사례로는 팀 동료가 외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뺨을 맞은 사실이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한 외부기관에서 폭행 가해자에 대해 ‘면직’ 의견을 제시했으나 회사가 ‘정직(8개월)’ 처분을 내려 가해자는 ‘복직’한 반면, 피해자는 ‘퇴사’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4.1%가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응답한 반면, ‘상사나 회사 내 상담부서에 호소’한다는 응답은 6.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참는 이유에 대해서는 ‘대응해봤자 해결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59.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폭언·폭행과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피해를 직접 겪었거나 주변 동료의 피해 사례를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일부 나왔다.


임원급을 제외한 전 직원 중 1482명(36.7%)이 조사에 응답했다. 폭언·폭행에 대한 설문조사 참여자 중 8.8%가 본인이 피해를 경험했고, 19%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응답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설문조사 참여자 중 3.8%가 본인이 피해를 경험했고, 7.5%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응답했다.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86억7000여만원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임신중인 여성 근로자에 대해 시간외 근로를 하게 할 수 없음에도 최근 3년간 12명에 대해 시간외 근로를 시킨 사실이 확인됐다.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야간·휴일근로를 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이외에도 연장근로 한도 위반,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임금대장 기재사항 누락 등 기본적인 노동관계법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임금체불·임산부 보호 위반 등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은 사건 일체를 검찰로 송치하고 과태료 부과 처분도 진행할 예정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과 직장 내 괴롭힘 재발 방지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도록 지도한다.


직장 내 괴롭힘 조사 내용과 조직문화 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네이버 직원들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도록 한다.


김민석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네이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이자 많은 청년층들이 선호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특별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등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다수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와 정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주요 IT기업 대상 간담회를 통해 기업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직장 내 괴롭힘이 근절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도·조사·근로감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번 조사 결과 관련 “이번 조치에 대해 상세히 파악한 후 대처하겠다”며 “필요한 내용은 향후 조사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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