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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물가에 배달수수료까지 ‘껑충’…“팔수록 마이너스”


입력 2021.08.05 06:20 수정 2021.08.05 07:14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수도권 일부 지역 중심 배달료 인상

인건비·물가인상에 이어 매출 타격

자영업자들 갈수록 부담·어려움 커져

음식값 올려 배달비 충당하는 ‘꼼수’도

배달 수수료가 전국으로 인상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서울 시내에서 배달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뉴시스

외식업계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건비, 물가상승에 이어 배달 수수료 마저 전국적으로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코로나 사태 속 유일한 생존 자구책은 ‘배달’이지만, 자영업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배달대행업체들이 배달 기본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광진구 일부 배달대행업체는 지역 식당에 올 하반기 배달 비용을 인상할 계획을 통지했다. 관악구의 한 업체 역시 최근 기본요금을 기존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했다.


최근 배달 대행업체들이 기본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과열된 시장이 영향을 미쳤다.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배달음식을 통해 한끼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면서 밀려드는 주문 폭주에 라이더 부족현상이 가격 인상을 부추겼다.


여기에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산재보험법도 업계의 수수료 인상 압력을 가중시켰다. 이전까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가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의무 가입 대상에서 벗어났지만 개정법으로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업체들의 지출 부담이 대폭 늘어났다.


배달대행 플랫폼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지출이 발생해 배달대행업체의 영업비용 부담이 높아졌다”며 “배달 수요가 높은 여름이 지나면 전국 각 지역 배달대행업체로 배달 수수료 인상 움직임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의 임대 안내문이 붙은 상가의 모습.ⓒ뉴시스

그렇다고 배달 플랫폼 특성상 배달 수수료 가격을 제어하기도 쉽지 않다. 배달 수수료는 지역구 또는 동 단위 배달대행업체 협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바로고, 부릉과 같은 배달대행 플랫폼은 각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식당을 연결해주는 플랫폼만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배달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통상 배달료는 점주와 고객이 나눠서 분담을 하는데, 원재료비와 인건비 인상 등으로 외식업체들의 순수익이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업체들도 가맹본부의 권고 수준 보다 높은 배달비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중구에서 한식집을 하는 장모(50)씨는 “소비자들은 배달비를 식당에서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며 “단건배달이 빠르다는 이유로 시키지만 같은 집에서 배달비를 다르게 받는다고 항의하는 손님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어려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배달비에 민감한 것을 감안해 메뉴 가격이나 최소주문금액을 대신 올리는 등 조삼모사식 인상에 나섰다. 또 치킨 프랜차이즈 일부 가맹점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배달료를 올려 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한 가맹점주는 “당장 배달 대행료 인상에 배달앱도 기본 중개수수료를 올렸는데 치킨 가격은 그대로라 남는 게 없어 어쩔 수 없어 배달료를 올려 받고 있다”며 “배달을 원하는 소비자가 배달료를 지불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자체적으로 배달비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하소연 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면 주문이 줄기 때문이다. 배달비가 타 매장보다 비싸다며 리뷰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자영업자들은 ‘꼼수’를 부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김모(40대)씨는 “최근 배달비를 올리는 대신 메뉴 가격을 홀보다 1000원씩 높게 책정했다”며 “보통 메뉴 두 개씩 주문을 넣기 때문에 홀보다 2000원을 더 버는 셈이다. 이걸로 배달비가 얼추 충당된다”고 말했다.


외식업계에서는 연말로 갈수록 어려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악재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당장 영향이 큰 것은 물가상승이다.


올 들어 양념채소인 고추와 마늘 가격이 크게 뛴 데 이어 고추장 등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인상됐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진모(50대)씨는 “당장 임대료도 못 내서 적금 깨고 대출 받아 연명하고 있는데, 원재료 값에 인건비 상승 까지 죽을 맛”이라며 “최저임금이 440원 오르면 주휴수당과 배달대행수수료 인상분 등을 더해 점주의 부담은 2000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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