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보다 ‘대선 후보 대표’ 주연 맡으려 한 착각과 오만
권력의 맛 취하고, 이해 불가 장난질로 권위와 기대 잃어
이준석 실험은 실패로 끝나는 것인가?
너무 빨리, 어처구니없이 마침표를 찍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권위를 잃었다. 그 잃은 이유도 이해하기 어려운 장난과 거짓말에 의한 것이라 회복 불능이다. 이준석은 젊은 해외 명문대(이과계 전공) 출신인 자신에게 신뢰와 기대를 보낸 필자를 포함한 나라의 어른들과 젊은이들을 매우 가볍게 배반했다.
윤석열 캠프 인사가 탄핵이라는 불필요한 말을 해서 빚어진 사태 이후 윤석열과 가진 통화를 녹음했다는 것도 큰 문제인데, 그는 그 녹취록이 실수로 유출됐다고 했다. 이것은 그의 참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앞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막대한 거짓말이었다.
기자 출신의 전 보수 정당 국회의원 전여옥은 필자처럼 이준석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며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이다. 그녀는 지난 주말 이준석의 거짓말에 이렇게 분노를 적었다.
“정권교체에 목마른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거다. 어디서 이렇게 더럽게 정치를 배웠나? 내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이준석이 2030의 지지를 배신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고통과 분노를 반듯한 청년 정치의 자양분으로 삼기는커녕 야바위 정치의 판돈으로 삼아버렸다.”
이준석이 제1야당 대표가 된 것은 그의 말솜씨와 지식, 비록 0선일지라도 십수년간 큰 정당의 상층부에서 갈고 닦은 경륜(?)도 없지 않았지만,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당원들과 일반 국민들의 변화 욕구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지금 생각하니 이것을 간과하고 자기 힘으로 당선된 것이라고 처음부터 믿었던 것 같다.
이것이 가장 큰 화근이다. 그리하여 그는 권력의 맛에 일찌감치 취해 버렸다. 대낮부터 금준미주(金樽美酒, 금 술통에 든 좋은 술)를 퍼마시고 나자빠진 폭군처럼 안하무인으로 야권 대선 후보들을 한 손에 쥐고 흔들려고 했다.
갈등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 생산자가 되었다. 사사건건 토를 달고 상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했다. 하루에 페이스북에 올린 그의 손놀림(입 놀림)이 무려 20 몇 건에 달했다는 날도 있었다. 트위터 질로 망한 트럼프가 울고 갈 기록이다.
그 많은 게시 글 중에 대통령과 정부 여당 발표나 정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휴가 중에 개인택시 양수 교육을 받았다는 자기 홍보 아니면 대선 주자들과의 설전이 주종이다. 이것이 제1 보수 야당 대표가 지금 해야 할 짓인가?
그의 문제는 ‘너무 많은 쓸데없는’ 말이다. 말이 많아서만 문제가 아니고 그 말들이 꼭 해야 할 종류보다는 안 해도 되거나 하지 않아야 좋을 종류가 많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의 ‘말 정치’ 실력과 버릇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을 그의 멘토 격인 정치인, 김종인과 유승민도 그가 말을 조심하고 아끼는 게 좋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캠프에 몸담은 의원들이 많이 들어 있긴 했으나, 이 당 재선의원 16명은 집단 의견을 통해 이준석의 언행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말은 그것이 아무리 옳은 지적이라 해도 모양이 안 좋고 뜻이 거칠면 말한 사람이 손해를 보게 돼 있다. 이준석은 후보 캠프에서 나오는, 자신의 ‘불순한 의도’가 보이는 행사 제안에 반대하는 언급에 모른 척하거나 선의로 해석하는 여유를 보였어야 했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시대가 아무리 달라져도 허허, 웃고 지나가는 사람이 이기는 법이다.
이준석에게 가장 뼈아프게 들렸을 비판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그래도 객관적이고 원칙이 분명한 자세를 보이는 원희룡이 한 말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성공의 기억과 권력에 도취해있다. 자신의 성공 기억을 절대화해 손바닥 위에 대선 후보들을 올려놓고 자신이 기획 연출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려 한다.”
그는 윤석열, 최재형, 홍준표, 유승민 등 쟁쟁한 대선 후보들과 나란히 서고 싶었고, 어쩌면 그들보다 위에 자기가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대선 후보 대표’가 이준석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조연보다 주연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나이다운 착각과 모만이다. 그가 애용하는 자전거를 자동차로 잘못 알고 과속한 격인데, 그러면 고꾸라지기 쉽다.
필자는 이준석이 유승민을 야권 최종 후보로 밀기 위해, 이렇게 야단스러운 일련의 장난질을 해왔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상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유승민은 현재 1~2% 여론조사 지지도를 갖는 후보다. 그런 시각이 맞든 안 맞든 그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정권교체 숙원을 이뤄야 할 제1야당 대표로서 말과 행동을 어떻게 달리해야 할 것인가를 숙고해야만 한다. 그는 변호사 석동현이 집권 세력의 ‘언론재갈법’ 강행 처리 태세와 관련해 현재 침묵 수준인 야당, 특히 대표에게 준 쓴소리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설 일이 아닌 대목은 과도하게 입을 놀리면서 나라의 기본 틀을 흔드는 여당의 악법 추진에는 왜 당내 대선 후보 공격하는 수준의 비판도 못 하나?”
이준석은 더 늦기 전에 태도를 고치기 바란다. 그러면 당 내외 시선은 기회를 더 주어 보자는 쪽으로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정권교체 기회도 자기 잘못으로 일실(逸失)하고 자신의 정치 생명 또한 위태로워지는 대참사를 스스로 부르는 결과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