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 방지 조항 따라 유불리 갈려
윤석열·최재형, 與지지층서 지지율↓
홍준표·유승민, 與지지층서 지지율↑
같은 숫자 두고 다른 해석…"만만해서" vs "중도확장성"
대선 경선 여론조사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는 문제가 국민의힘 경선룰 갈등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력 주자들 중 상당수는 역선택 방지 조항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는 상황에 놓여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경우 역선택 방지 조항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역선택 방지 조항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유력 주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역선택' 문제를 제기하는 후보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그는 경선준비위원회가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하자 이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의 캠프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 후보의 경우 지지정당 표본에 따라 지지율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최 전 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전체 6.1%로 나타났다. 유승민 전 의원은 10.3%다.
그런데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유승민 전 의원을 지지한 비율은 13.9였던 반면, 최 전 원장에 대한 지지율은 4.6%에 그쳤다.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최 전 원장에 대한 지지율이 9.8%로 높았고, 유승민 전 의원은 4.9%였다.
최 전 원장 캠프는 이러한 패턴이 최근에 발표된 16개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난다며 "역선택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민의힘 후보 중에서 만만한 후보를 골라 지지하는 것을 말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중도 확장성'을 이유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유 전 의원이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은 '만만해서'가 아니라 중도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승민 캠프 대변인단은 "역대 어느 대선을 돌아봐도 중도 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집권이 어렵다"며 "그래서 대선만 되면 중도인사를 영입하고, 상대당의 정책도 과감하게 수용한다"고 했다.
유승민 캠프의 권성주 대변인은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대선주자로서 자신 없음을 실토하는 것"이라며 "출마선언 때에 고백처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엉뚱한 궤변 늘어놓지 말고 그만 들어가시라"고 날을 세웠다.
이같은 현상은 야권의 1·2강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경쟁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앞서 언급한 데일리안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물은 결과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은 38.8%인데 지지 정당별로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63.3%가 그를 지지한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16.9%만이 그를 지지했다.
홍준표 의원의 경우 전체 지지율은 20.4%로 조사됐고,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율은 9.7%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 의원을 지지한다고 밝힌 비율은 36.0%로 치솟는다.
이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 측과 홍 의원의 해석은 엇갈렸다. 윤 전 총장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지난 17일 논평에서 "어제 지상파 뉴스에서 보도된 한 여론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보다 범여권의 지지가 월등하게 높은 후보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고 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선택 운운으로 우물 안 개구리식 선거로는 본선에서 필패한다"며 "대통령 선거가 우리 쪽만 데리고 투표하는 진영 선거인가"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같은 주자간의 갈등은 오는 26일 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찬반 양측의 주장이 모두 설득력이 있고, 역선택 조항 도입 여부에 따라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라 갈등을 풀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역선택 방지 조항은 당내 선거를 치를 때마다 언제나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며 "이번 경선에서는 특히 치열한 논쟁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