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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내수경직·물가상승…‘풍성한 한가위’는 없다


입력 2021.08.26 07:02 수정 2021.08.25 16:42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한 달 남짓 남은 추석 명절

코로나19 확산에 내수 악화

물가 탓 차례상 차림도 부담

재난지원금 지급은 ‘오리무중’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백신 인센티브 관련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거리두기를 앞으로 2주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히며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10시에서 9시로단축한다는 발표와 함께 오후 6시 이후에 백신 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 4인까지는 식당·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는 지침을 새롭게 추가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추석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예년 같은 명절 특수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23일부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일부 지역 4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2주 연장됐고 오랜 폭염 등으로 물가는 연일 치솟아 서민 주머니 사정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방역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줄지 않자 지난 23일부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일부 지역 4단계)인 거리 두기를 다음달 5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수도권 경우 지난달부터 두 달 넘게 4단계 거리 두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수도권과 부산·대전·제주 등 4단계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특히 식당과 카페 등의 매장 영업 제한은 오후 10시에서 9시까지로 1시간 단축됐다. 이에 관련 업계는 명절 특수는커녕 기존 매출 유지도 힘들까 걱정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대표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이제 바깥에서 소비하는 문화 자체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여기에 거리 두기 연장으로 영업시간마저 줄어들면서 어떻게 대책을 세워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내수 위축도 계속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5로 전월대비 0.7p 하락했다. 지난 7월 7.1p 하락에 이어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 전망도 비슷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간한 ‘8월 최근 경제동향’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견조한 수출 호조세와 고용 개선 흐름이 이어졌으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내수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카드 매출을 업종별로 보면 대면 서비스업들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며 “서비스업 생산이라든지 소매판매 등 대면 서비스업에 피해가 더 집중된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이런 상황에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올해 1월 전년동월대비 0.6% 인상으로 시작한 물가는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관리목표인 2.0%대를 넘어서는 상승세다. 4월 2.3%, 5월 2.6%, 6월 2.4%에 이어 7월에는 2.6% 올랐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차례상에 오를 배와 사과, 한우 등 농·축·수산물 가격 인상이 가파르다. 25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신고·10개) 소매가격은 2만8160원으로 지난해 1만6288만원보다 47.25% 올랐다. 사과(후지·10개) 가격은 2만6485원에서 3만667만원으로 15.79% 뛰었다.


산적·국거리용 한우 안심과 한우 양지 가격도 올랐다. 한우 안심은 100g에 1만6775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1만4538보다 15.38% 늘었다. 한우 양지는 7843원에서 8063원으로 2.87% 상승했다.


이 밖에도 올여름 폭염과 장마 등으로 시금치는 ㎏당 6만953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5만2416원)보다 72.88% 높은 금액이다. 쌀(20㎏)과 고춧가루(국산·1㎏)도 각각 16.28%, 35.60% 올랐고 다른 제수품 가격도 오르면서 추석 차례상 차림비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지난해 평균 추석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23만7천800원, 대형유통업체 33만6천800원 수준이었다.


한 50대 직장인은 “물가가 계속 오르기만 하니 아내가 이번에 차례상 차리는 데 좀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이번 추석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명절 분위기가 더욱 안 날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석을 앞두고 여러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재난지원금에 한 가닥 기대를 품고 있다. 추석 전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명절 특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잠시나마 내수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한 전통시장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국이라 아무래도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막상 명절이 다가오면 시장이 활기를 좀 띠지 않겠냐”며 “무엇보다 재난지원금이 추석 전 지급만 되면 그래도 소비가 좀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으로 정부도 재난지원금 추석 전 지급을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기재부 등이 범정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급 시기와 사용처 등을 논의 중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으로 재난지원금 논의가 조금 길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도 재난지원금 성격을 생각하고 경기를 고려한다면 어떻게든 추석 전에는 상당 부분 지급을 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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