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업계 "김밥 소비 확실히 줄어…소비자들 개인업장 더 꺼려"
소비자 "당분간 김밥 사먹지 않을 것…식품안전 관리시스템 강화 필요"
전문가 "소비자 불안 잠재우는 것이 최우선…위생관리 노력 적극 알려야"
김밥 집단 식중독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김밥 포비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아무 관련이 없는 김밥 음식점들도 피해가 속출하는 등 김밥업계 전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생관리 강화를 통해 소비자의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김밥전문점 2곳의 김밥을 사 먹은 276명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고 40여 명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 8월 23일 고양시에서도 덕양구의 한 김밥집을 이용한 20대 여성 A씨가 식중독 증세로 25일 숨졌고, 같은 식당 이용객 29명이 같은 증상을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고양시 일산동구 학원가의 한 김밥 음식점 종업원 A씨는 "잇단 집단 식중독 사태 이후 김밥을 포장해가는 손님이 거의 없을 정도로 김밥 소비가 엄청나게 많이 줄었다"며 "학원가에 위치해 학생 손님이 많은 우리 가게도 사정이 이런데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태 이전부터 당일 재료는 그날 모두 사용하는 등 위생에 특별히 신경 써 왔지만 요즘 김밥 사 먹는 걸 워낙 조심하는 분위기고 특히 우리 가게는 개인 업장이다 보니 손님들이 더 꺼리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김밥전문점 종업원 B씨는 "프랜차이즈 김밥 전문점은 본사에서 위생 관리를 하는 반면 개인 업주는 스스로 하다 보니 일부 업장이 전날 사용하고 남은 재료를 다음 날 또 쓰는 과정 등에서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직장인 C씨는 "출근 전 아침으로 간단하게 김밥을 챙겨 먹고 퇴근 후에도 집에서 혼자 밥을 해 먹기 번거로워 김밥을 자주 먹는 편"이지만 "식중독 사태가 잇따라 발생한 후에는 김밥을 사 먹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C씨는 "평소에는 김밥에서 조금 냄새가 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 적이 많았는데 사망 사고까지 난 걸 보니 주의가 필요한 일임을 깨달았다"며 "식품안전 관리시스템이나 위생 관리가 강화되었다는 뉴스를 접해야 안심하고 다시 김밥을 먹을 수 있을 듯하다"고 전했다.
평소 김밥을 자주 사먹는 대학생 D씨는 "집단 식중독 사태 이후에는 밖에서 김밥을 사 먹은 적이 없다"며 "오염 원인으로 추정되는 계란을 빼고 먹더라도 계란을 만진 손으로 김밥을 만지면 똑같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D씨는 이어 "식중독 위험이 줄어드는 날씨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김밥을 사 먹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가게 문 앞에 식약처 관리 인증 마크나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표시를 해두면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음식점의 위생 관리를 강화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그들의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품 안전 문제는 건강에 영향을 주는 만큼 한 가지 음식에 대해 사고가 터지면 소비자들이 그 음식 소비를 꺼리게 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잠재우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업주는 가게에 위생수칙 관련 안내문을 붙여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노력을 알리는 방식으로 불안을 줄이고 식약처는 위생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관리하는 등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지자체는 식약처의 매뉴얼을 바탕으로 지역 음식점의 위생 점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본래 김밥은 여러 재료를 모아 만들다 보니 식중독의 위험성이 컸던 차에 집단 식중독 사태가 계속 발생하니 사람들이 김밥 사먹기를 조심스러워하는 것"이라며 "업주 개개인도 식품 안전과 위생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그 노력을 소비자에게 알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