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수출액 사상 최대치 기록
반도체·석유화학 등 크게 늘어
연간 수출액 최고치 경신 기대
원자재·물류비 등 불안 요소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어난 우리나라 수출이 4분기에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파르게 오르는 해상운임과 원재료 가격 등은 수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58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956년 무역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65년 만에 최고액이다. 하루 평균 수출액(26억6000만 달러)과 3분기 수출액(1645억 달러), 누적 수출액(4677억 달러)도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월부터 7개월 연속으로 ▲수출 증가율 두 자릿수 달성 ▲수출액 500억 달러 돌파 ▲해당 월의 역대 1위 수출액 경신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수출 실적은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등 중간재 영향이 컸다. 이들 업종 9월 수출액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28.2%, 51.9%, 41.8% 늘었다. 신규 스마트폰 출시에 따른 디스플레이(17.3%)와 무선통신(19.9%) 등 정보통신(IT) 부문도 수출 증가에 도움을 줬다. 중소·중견기업 수출 비중이 높은 농수산식품·화장품·플라스틱·생활용품 등 유망 소비재 품목은 역대 9월 수출액 가운데 1~2위를 기록하며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3분기까지 기록적인 실적을 이어오면서 올해 연간 수출액은 6000억 달러 돌파까지 넘보고 있다. 4분기 수출액이 1372억 달러를 돌파하면 연간 수출액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현재 연간 최고 수출액은 2018년 기록한 6049억 달러다. 상반기 전 세계 교역액이 전년대비 29.1%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보인 것도 수출 증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4분기 수출이 전반적인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예의주시해야 할 위험도 남아 있다.
해상운임 상승 등으로 1년 넘게 이어지는 물류대란이 수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수출기업들이 납기를 맞추지 못해 애를 먹고 제조업체는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현재 해상 항로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까지 900 수준을 유지하다 올해 4월 2일 2582.42로 상승했다. 지난달에는 역대 최고치인 4622.51을 기록하기도 했다. SCFI는 15개 항로 거점(spot) 운임을 반영한 운임지수로 20ft 컨테이너당 달러 해상화물운임에 기초해 산정한다.
국내 수출기업 주요 항로인 북미서안 노선 운임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6371달러, 같은 기간 유럽 운임은 1TEU(길이 6m 컨테이너)당 7714달러를 기록하며 각각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해운업계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시즌을 앞두고 물류 공급망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자동차 수출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여전히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품 주문량이 2~3개월 밀려있어 최소 내년까지는 자동차 생산 차질과 출고지연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원유·원자재 가격 급등도 무역수지 흑자 달성 걸림돌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9월 기준 수입물가지수(2015년=100)는 124.58로 8월(121.61)보다 2.4% 상승했다. 전월 대비 기준 5월 이후 5개월 연속 올라 2014년 2월(124.60)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품 가격 경쟁력 저하와 수익성 악화, 변이 바이러스 등 코로나19 관련 위험도 수출 방해 요인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3분기 대비 4분기 실적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국내 1036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조사한 결과 106.0으로 3분기(113.5) 대비 감소했다. 특히 석유제품(76.3)과 플라스틱 및 고무제품(79.6), 화학공업(76.3) 경우 수출환경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경우 기저효과도 있고 실제로 수출도 잘돼서 큰 걱정 없이 지나가고 있지만 내년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지금부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