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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초점] 꼬리 밟힌 영탁 소속사, ‘음원 사재기’ 빙산의 일각일 뿐


입력 2021.11.06 08:32 수정 2021.11.07 08:43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영탁 소속사 대표 "개인적 욕심에 이성 잃었다...후회"

멜론, 사재기 이슈로 폐지했던 'TOP100' 차트 부활

트로트 가수 영탁의 히트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를 둘러싸고 나왔던 음원 사재기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면서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음원 순위 조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밀라그로

서울경찰청은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사재기(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수사를 진행한 끝에 소속사 밀라그로 이재규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지난 1일 검찰에 송치했다. 2018년 1월 발매된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를 높여 수익을 거두고자 스트리밍 수 조작 가능한 마케팅 업자로 소개받은 A씨에게 3000만원을 주고 사재기를 의뢰한 혐의다.


이 대표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조사에 성실히 임했으며, 사실관계 소명을 했다”면서 “2019년 음원 스트리밍 방법에 대해 알게 됐고, 무명가수의 곡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에 잠시 이성을 잃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소속사 대표로서 처신을 잘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도 대중들에겐 크게 와 닿지 않는 모양새다. 경찰이 영탁의 음원 사재기 의뢰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등을 확보하고, 돈 거래 정황이 밝혀지는 등 빠져나갈 수 없는 실체가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인정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곡에 대한 사재기 의혹은 지난해 초부터 불거졌는데, 당시 이 대표의 태도가 이런 불신을 키우게 됐다. 당시 TV조선 ‘미스터트롯’에 출연 중인 영탁이 2018년 10월께 8000만원을 내고 음원 순위 조작업체에 의뢰해 사재기를 시도했다는 내용의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다. 당시 영탁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고 의혹을 잡아뗐다.


그간 여러 사재기 의혹이 불거졌지만, 폭로와 해명만 반복될 뿐 불분명한 실체를 밝히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의뢰하는 사람, 실제로 이를 진행하는 사람이 모두 ‘공범’이기 때문에 입을 열기 쉽지 않다. 결국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는 한,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던 10년 전, 3대 대형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와 스타제국 등은 음원 사재기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재기 근절대책’을 내놓았다. 2016년에는 ‘사재기 처벌법’이라 불리는 음악산업진흥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진 사례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번 영탁의 소속사 대표가 첫 혐의 인정 사례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재기 의혹을 인정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직접 사재기에 가담한 사람들이 나서지 않는 이상, 관련한 증거를 수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다만 그동안 실체 없이 의혹만 있던 사재기 문제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영탁 소속사의 의뢰를 받은 업자가 분명 이 한 곡만 작업했을리 만무하다. 이 업자를 시작으로 조사를 하면 더 많은 사재기 사례들이 적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음원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려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멜론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멜론이 “신규 음원 진입에 한계가 있다”며 사재기 이슈로 폐지했던 TOP100을 다시 부활시키면서 차트 왜곡을 또 다시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멜론 측은 “공정한 차트 운영을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전담 부서 설치와 함께 상시 모니터링과 분석을 강화하고, 차트 조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술적인 대응도 지속한다는 설명이다. 또 이상 정황이 발생하는 경우엔 분석결과와 대응 현황을 모두 공개하겠단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진짜 사재기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 그간 음원 사재기 문제에 있어서 음원 사이트는 ‘방관자’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전담 부서를 만들고, 상시 모니터링을 하는 것 역시 기존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음원 사이트들이 내놓았던 단골 멘트였다. 또 그 때와 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음원 사이트가 이상징후를 찾아내지 못하거나, 혹은 모른 척 넘어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가온차트 총괄 기획자인 최광호 사무총장도 “지금까지 언급된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해 보았지만 실제로 음원사재기가 있었다고 확신할 수 있는 곡은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현재의 음원 사재기 검증 방법으로는 의심할 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검증의 방법으로 사재기 의심 음원 이용자와 인접 순위에 있는 인기가수 음원 이용자가 얼마나 겹치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사무총장은 “이용자 패턴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음원차트 상위에 있는 곡, 예를 들어 1위와 2위곡은 상당수의 이용자가 겹치는 특성이 드러난다”면서 “그러므로 높은 순위의 곡임에도 주변 순위곡과 이용자의 상관관계가 도출되지 않으면 사재기 의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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