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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무진성, '장르만 로맨스'가 준 확신


입력 2021.11.27 08:46 수정 2021.11.27 08:4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13년 '투윅스'로 데뷔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충무로의 새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3년 '투윅스'를 시작으로 '밤을 걷는 선비', '산후조리원' 등에서 크고 작은 역을 가리지 않고 얼굴을 비쳐온 청년이었다. '장르만 로맨스'로 스크린 첫 데뷔에 나서 감격에 눈물을 쏟았다고 고백한 무진성이다.


200 대 1의 오디션 경쟁률을 뚫고 류승룡의 파트너로 발탁된 무진성은, '장르만 로맨스'에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작가 유진 역을 맡았다. 현(류승룡 분)을 향한 유진의 마음을 보고 있자면 '장르만 로맨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유진의 마음이 쉽게 닿을 수 있기까지는 무진성의 노력이 담겼다.


그는 '장르만 로맨스'를 배우로서 많은 것들을 첫 경험 중이다. 스크린을 꽉 채운 자신의 모습 역시 처음으로 낯설고 신기하다.


"그 동안 드라마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어요. 스크린으로 보니까 눈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말이 정말 피부로 와닿더라고요. 눈동자 움직임 하나까지도 관객들이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겠다를 느꼈어요."


조은지 감독은 무진성의 이미지가 유진과 흡사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오디션을 본 후 집에 돌아가는 무진성을 다시 불러 그 자리에서 무진성에게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 무진성은 배우로서 슬럼프를 겪고 있던 때로, '장르만 로맨스' 오디션이 선물처럼 온 기회였다고 떠올렸다.


"오디션을 볼 때쯤 30대 중반이 되면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쳐서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하나 고민했어요. 많은 일을 겪으면서 내려놓음이라는 걸 배웠던 때였죠. 그 상황에서 오디션에 임하니 내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작품 속 유진과 제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에 그 마음이 오디션에도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제 가능성을 봐주신 조은지 감독님과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하고 싶어요."


무진성은 영화 속 자신의 대사 중 '바라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상처를 받아요'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고 자신의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대사였다고.


"많은 분들이 우리 영화를 보고 나의 감정과 이런 마음을 상대방에게 터놓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솔직히 주변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다 보면 바라는 게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유진은 한 차원 더 성숙한 사랑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기도 했고요."


유진은 극중 성소수자로 현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누군가는 성소수자 역할이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을 테지만, 무진성에게는 자신이 만날 수많은 캐릭터 중 하나다. 보통의 사람과 다를 것 없는 사랑을 하는 유진이라는 설명이다.


"특별하다거나 이렇게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은 되지 않았어요. 그런 것보다 유진이 인생관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유진은 어떤 메시지로 남아야 하는지에 대해 더 생각했던 것 같아요."


다만 장르가 코미디라는 것이 무진성에게 하나의 과제였다. 많은 배우들은 코미디 장르가 연기하기 가장 까다롭다고 입을 모은다. 무진성 역시 비극보다 희극이 더욱 어렵다고 느껴왔다.


"웃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순간 관객들은 웃지 않아요. 그냥 날 내려놓고 역할에 묻어나고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 관객들이 즐거워해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면서도 사실 연기는 계획을 가지고 만들어가기 때문에 최대한 관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무진성은 배우로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류승룡의 작품을 보며 견뎌왔다고 밝혔다. 그랬던 류승룡이 자신과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현실은 벅차다는 말로도 부족할 것이다.


"힘들 때 큰 에너지를 받은 원동력이 배우 류승룡 선배님입니다. 함께 영화에 출연하게 됐는데, 글을 함께 집필하고, 서로에게 위로를 주고받는 관계란 사실을 알고 정말 소름 끼쳤어요. 제가 힘들 때 류승룡 선배님께 위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선배님이 현장에서 저를 잘 이끌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특히 잘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이 과했을 때 눌러주시고 풀어졌을 때 당겨주셨어요. 배우로서, 인간 무진성으로서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무진성은 물음표에서 느낌표가 될 수 있는 배우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장르만 로맨스'로 자신감을 얻었다.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관객들이 의심 없이 보러 와줄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이번 영화를 계기로 확신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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