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만에 코스피 순매도 전환
지난달 테슬라 보관액 5억 달러↑
양도소득세 확정일이 다가오며 세금을 피하기 위한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던지고 테슬라는 모으고 있다. 양도소득세 부과 방식이 다른 영향이다. 한미 증시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로 증시 간 자금이동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이달 들어 3거래일 만에 코스피 주식을 1조8259억원 팔아치우면 2개월 연속 순매도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은 지난달 코스피 주식을 1조7927억원어치 팔아치우며 12개월 만에 순매도로 전환했다.
지난해에 이어 11월부터 개인 매도세가 몰리자 시장에선 대주주 양도소득세 확정 일정에 맞춰 매물 출회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금 회피의 측면에서 주식을 들고 있는 것 보다 차익을 내고 파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양도세 부과 대상자가 확정된다. 개인투자자는 30일까지 종가 기준 직계존비속 보유분 합산금액이 한 종목에서 10억원 이상이면 대주주로 확정된다. 대주주는 내년 4월 이후 주식을 매매하면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여기에 양도차익이 3억원을 넘으면 25%가 부과된다.
개인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306억원, 1조4203억원 순매도 했다. 앞선 10개월 동안 두 종목을 각각 35조3917억원, 4조9824억원 사들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개인은 반대로 해외주식은 매수량을 늘리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020억9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보관액은 10월 초 10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한 달도 안돼 20억 달러나 불어났다.
해외주식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을 정리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차익을 내기 위해 정리하면 세금을 내야한다. 해외주식은 매매차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양도소득세 대상으로 지정돼 22% 세금을 내야한다. 1월1일부터 12월31일 사이 결제가 끝난 해외주식이 대상이다.
이때문에 개인 선호도가 높은 미국 가치주는 오히려 매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이 가장 많이 보유중인 해외주식은 테슬라다. 2일 기준 보관금액은 147억 달러나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달리 지난달 초와 비교해 5억 달러나 불었다. 애플(44억 달러)과 엔비디아(29억 달러)도 같은 기간 보관액이 각각 3억 달러, 8억 달러 증가했다.
테슬라는 올해 55.17% 상승했고, 애플과 엔비디아도 각각 24.18%, 140.79% 올랐다. 증권가는 이들 종목이 올해 급등했지만 내년에도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공급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와 중앙은행은 경기부양책을 회수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경쟁력 있는 기업과 산업, 스타일을 잘 선별해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도세회피에 따른 매매동향에 더해 한미 증시 간 디커플링 심화로 연말 머니무브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강 달러는 신흥국 통화가지 절하 압력으로 작용해 금융시장에서 자금 이탈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