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 모두 ‘기재부’ 개편론
이재명, 예산편성권 청와대로 이관
윤석열, 재정·금융 기능 재편 고민
그동안 정책 기획과 함께 예산 편성권까지 가지면서 정부들 사이에서 ‘상왕(上王)’으로 통하던 기획재정부가 오는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위기에 처했다. 유력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기재부 조직개편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출범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기재부는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해 현재 ▲중장기 국가발전전략 수립 ▲경제·재정정책의 수립·총괄·조정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내국세제·관세·국제금융 ▲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국유재산·민간투자 ▲국가채무에 관한 사무 총괄까지 사실상 국가 모든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경우 기재부 기능 축소를 정조준한 상태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에서 기재부와 크고 작은 의견 충돌을 빚어온 이 후보는 기재부 권한 가운데도 핵심 중의 핵심인 예산편성권을 청와대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달 초 한 방송 인터뷰에서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서 청와대 직속이나 총리실 직속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공무원은 국민의 명령을 대신하는 대리인이기 때문에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과도하게 기능이 집중돼 있고, 공무원이 쥔 예산편성권을 선출직에 넘겨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필요성을 언급한 셈이다.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할 경우 2008년 기재부가 탄생 이후 14년 만에 다시 해체되는 수순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경우는 이 후보만큼은 아니더라도 재정과 금융 문제를 놓고 기능 재편을 고민 중이다. 윤 후보가 직접 기재부 조직개편을 입에 올린 적은 없으나 대선 캠프는 여성가족부 개편을 비롯해 정부조직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 기획부처로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등의 기능이 중복되거나 때론 엇박자를 보이자 이에 대한 기능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우에따라 기재부가 금융위원회 기능을 흡수해 덩치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기재부가 지금도 ‘거대 공룡 집단’이란 비판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러한 방향으로 조직 개편은 쉽지않아 보인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조직개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기류다. 특히 이 후보의 조직개편론에 대해 조직을 쪼개면서 만성 인사 적체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실제 기재부는 같은 해 공무원으로 임용된 다른 부처 공무원보다 3~4년가량 승진이 늦은 편이다.
반면 기재부 핵심 기능인 예산안을 청와대로 넘겨주게 되면 그만큼 권한이 줄어들어 사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권을 뺏긴다는 건 기재부 기능의 절반을 날리는 건데 솔직히 반길 일은 아니지 않나”며 “인사 적체 문제도 일부 기대감은 있겠지만 실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