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울산회동’...6일 갈등 극적 봉합
李 운전, 尹과 함께 순직 소방관 조문
“피는 물보다 진하고, 저희는 피 같은 당원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밤 극적으로 화해했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경기 평택에서 순직한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이날 윤 후보와 이 대표의 화해는 ‘제2의 울산회동’으로도 표현된다. 윤 후보가 지난해 11월 5일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선출된 지 63일째, 3월 9일 대선까지는 62일이 남은 딱 중간지점의 날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30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고 있던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화해랄 것도 없고 피는 물보다 진하고, 저희는 피 같은 당원”이라며 “다시 저희가 같은 생각을 갖고 국민 명령을 똑같이 받들어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에 앞서 의총에서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도망은 지난해 11월 30일 잠행, 두 번째 도망은 지난달 21일 선대위 사퇴였다.
오후 8시께 의총장에 나타난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를 여러분이, 국민이 뽑았다. 저와 대표와 여러분 모두 힘 합쳐서 3월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며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다. 오늘 의원들도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이 대표도 의원들에게 본인 입장을 다 설명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자가 미흡한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당이란 게 뭔가. 선거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 아닌가”라면서 “저희가 대의를 위해 지나간 걸 다 털고, 오해했는지도 아닌지도 다 잊어버리자”고 했다.
앞서 오후 5시 20분께 의총장을 찾은 이 대표는 30분의 공개 연설 이후 비공개로 의원들과 토론을 하던 중이었다. 이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저는 우리 후보가 유일한 야권후보라는 생각”이라며 “대선승리 방향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어도 진심을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해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첫 행선지는 의총이 끝난 직후 바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3인의 빈소를 찾았다. 본래 윤 후보의 계획된 일정이었다.
앞서 의총에서 이 대표는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며 “후보님이 의총 직후에 평택에 가는 일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국민의힘 당 대표로서, 그리고 택시운전자격증을 가진 자로서 평택으로 모셔도 되겠냐”고 제안했다. 윤 후보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로 화답하며 일정이 성사됐다.
이 대표가 직접 자신의 전기차 아이오닉 운전대를 잡았고, 윤 후보가 조수석, 김기현 원내대표와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뒷좌석에 앉았다.
네 사람은 차안에서 향후 선거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공보단장은 공지를 통해 “한시간여 운행동안 지난 2주일 공백을 일시에 메울 수 있는 참신한 선거 전략이 논의됐다는 후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은 이 전기차는 사실상 움직이는 선거대책본부였던 셈”이라며 “앞으로 열흘이내 지지율을 상승시킬 구체적인 필승전략도 일부 짜여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은 오후 9시 50분께 빈소가 마련된 평택시 제일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을 시작했다.
조문을 마친 윤 후보는 “너무 안타까운 사고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족들에게 뭐라 위로의 말씀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사고 원인을 잘 파악해서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희생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따로 발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