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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음반 판매 6000만장 시대, 케이팝 팬들은 음반 제작 거부?


입력 2022.01.11 14:01 수정 2022.01.12 15:01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2021년 음반 판매량 5459장...전년대비 31% 증가

"친환경 앨범 제작, 내구성·다양성 면에서 한계 많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은 지난 10년간(2011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3278만3223장(가온차트 누적앨범 데이터 기준)의 앨범을 판매하면서 2011년 이후 데뷔한 가수 기준, 최다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다.


비단 방탄소년단만의 일도 아니다. 실질적 음악 소비는 음원으로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음반 판매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2021년 12월 20일 기준 5459만 장을 기록했다. 2020년(4170만7301장)과 비교하면 약 31% 증가한 수치다. 음반 시장은 2020년에도 전년도(22459만4928장) 대비 58.3% 치솟았다. 음반 수출액도 전년에 비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블랙핑크, NCT 127 등 케이팝 그룹들의 약진과 맞물려 음반을 하나의 ‘굿즈’ 개념으로 보는 팬덤의 활동이 토대가 된다. 일부 팬덤은 가수의 초동 판매 수치를 높이기 위해 대량으로 음반을 구입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음반 판매를 반대하는 팬들도 다수 존재한다. 음반이 배출하는 쓰레기가 환경을 오염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전 세계 다양한 팬들이 환경 운동에 협력하면서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소속사에도 전달하는 등 과거 개인이 목소리를 낼 때보다 확실히 움직임이 커지고 활발해졌다”면서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각 기획사를 통해 이 같은 팬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전 세계 케이팝 팬덤이 만든 기후위기 대응 플랫폼 ‘K팝포플래닛’의 이다연 활동가는 “케이팝 팬들은 이미 좋아하는 아이돌 이름으로 숲을 조성하거나 기후위기 피해자들을 돕는 등의 행동을 활발히 해왔다”면서 “케이팝 문화 전반을 바꾸기 위해서는 생산자인 엔터사들의 참여와 소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팬덤의 요구와 별개로 전 산업에 걸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돌 기획사도 ESG경영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YG엔터테인먼트는 팬들의 요구가 있기 전부터 일찌감치 환경문제에 대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그룹 위너 멤버 송민호의 솔로 정규 3집 ‘투 인피니티’는 ESC(산림관리협회) 인증을 받은 용지와 저염소 표백펄프로 만든 저탄소 용지 및 수성 코팅으로 제작했다. 전통적인 CD가 아닌 에어 키트(Air KIT) 형태 음반에도 ESC 인증 100%의 재생용지와 생분해 플라스틱(PLA)을 사용했다. 앨범뿐만 아니라 지난해 블랙핑크의 데뷔 5주년을 맞아 제작된 MD 일부 상품을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가수 청하도 마찬가지다. 청하는 정규 1집 ‘케렌시아’ 앨범 포장재·사진첩·가사집 등에 재생 종이를 사용했다. 다만 음반 제작에 있어서 기존의 방식을 바꿔 ‘친환경 앨범’으로 전면 전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까지도 앨범 내지를 재생가능한 용지로 바꾸는 등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지만 비용이나 품질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들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청하 소속사인 MNH 이주섭 이사는 “(친환경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앨범을 기획할 땐 다양한 아이디어를 담아야 하는데 친환경으로 앨범을 제작하려면 한정된 방법 안에서만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밖에 없다. 음반은 팬서비스인 동시에 아티스트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구성들의 대표성을 띄는 만큼 다양하게 어필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내구성이나 다양성 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 실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하고 싶다고 바로 실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엔터사들의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한 단계씩 환경오염을 막는 방법을 고안해내고 있는 시점”이라며 “산업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환경 소재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제작환경이 된다면 음반제작 단가가 나려갈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도 타협이 가능한 수준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속사들의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팬들의 실질적 행동도 필요하다. 단순히 소속사에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이 팬 36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팬덤 문화 중 친환경적이지 않은 부분을 묻는 질문(중복응답)에 약 69.7%가 ‘앨범 및 굿즈 제품의 과도한 포장판매’를 꼽았고, ‘앨범 대량 구매’(65.9%)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결국 케이팝 음반 산업에서의 친환경 바람은 어떤 한 사람의 노력으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지속가능한 케이팝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돌 기획사는 물론이고 아티스트와 팬덤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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