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해운대 이벤트광장 앞에서 45분간 '격정적 연설'
"국가 경영 기회주면, 5대 강국 우뚝·부산 문제 해결"
尹 맹폭하며 "안보 정략 이용 구태정치 3·9 끝내달라"
지지자들 "부산 왔응께 대통령" "기죽지 말라" 응원도
부산 해운대가 들썩였다. 5일 오후 해운대 이벤트광장 일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해 수백여 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영하의 칼바람을 무색하게 했다. 부산 현역 3인방 박재호(부산시당위원장)·전재수·최인호 의원은 이 후보가 등장하기 전 지지를 호소하며 현장 분위기를 예열했다.
이 후보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즉석연설을 위해 이벤트광장 앞에 마련된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를 쏟아내며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의 모습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이 후보는 45분간 진행된 격정적인 연설을 통해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며 '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또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을 약속하며 부산 시민들의 분노를 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에 대한 사과도 했다.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다…공직자 문제 책임 충분히 못 져" 吳 사태 사과
그는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다"며 "공직자의 문제 있는 행동에 대해 우리가 수용하고 책임을 충분히 져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부산 시민이 심판하신 거 인정한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성폭력 범죄에 대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다만 "그러나 대선은 과거를 파헤쳐 어떤 특정 정치세력의 정권욕을 만족시켜주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국민의 삶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정치 교체'에 대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양당 독재체제를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며 "정치세력 교체가 아닌 정치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국민이 제3의, 제4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치제도와 선거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정당도, 소수 정치세력도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은 국민의 삶을 만들기 위해선 이 나라가 갖고 있는 가장 유능한 인재를 최적의 곳에 등용해야 한다"며 "네 편 내 편, 좌파 우파, 박정희·김대중 정책을 가리지 말고, 오로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 발전에 유용한 정책인가'만을 갖고 선택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통합정부"라고 했다.
이어 "기회를 넓히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은 하지 못할망정 남녀, 지방과 서울을 편 갈라 표를 얻으려고 하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이냐"며 국민의힘을 겨냥한 뒤 "분열의 정치는 이기고, 증오의 정치는 배제해야 한다. 통합의 길로 갈 대통령 후보가 누굽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이재명"이라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노무현처럼 실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유능함 강조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오로지 실적과 실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국가 경영의 기회를 주시면,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5대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들겠다"며 "부산이 고민하는 일자리 문제,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 서울로 가는 슬픈 현실을 반드시 고쳐놓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그러자 지지자들은 "부산 왔응께(왔으니까) 대통령 될낍니더", "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가 죽어가는 부산 좀 살리주이소", "부자도시 만들어주이소" 등을 외쳤다.
"사드 추가 배치한다고 '멸콩' 어쩌고…용서하면 안돼" 尹 맹폭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선거만 되면 북풍이 자꾸 불어서 선거 결과를 뒤집더니, 그 맛을 못 잊어서 다시 전술핵 배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선제타격으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그들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사드 추가 배치한다고 '멸콩(멸치·콩)' 어쩌고 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를 비난하는 바람에 중국에 투자하는 관련 기업들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아느냐. 안보와 평화가 곧 밥이고 경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보를 정략에 이용하는 구태정치를 3월 9일에 끝내 달라"며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일부 지지자들이 자신을 향해 "기죽지 마세요"라고 위로가 섞인 응원을 하자, "기 안 죽습니다. 국민들 힘으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제가 왜 기가 죽습니까"라며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정치적 적자는커녕 서자도 아닌 얼자의 삶을 살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성과로 증명받았다"며 "지금 온갖 공격이 난무하지만, 저는 쏟아지는 포탄을 성취의 토대로 삼아왔다. 지금의 이런 잔파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큰 강도 건너고, 더 큰 산도 넘었는데, 이 정도 산 하나 못 넘겠느냐"고 했다. 최근 지지율 정체와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싼 황제 의전·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각종 의혹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또 '5개의 수도와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한때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제시했던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시작으로 민주당 4기 정부는 '5개 수도와 하나의 대한민국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부·울·경(PK), 대구·경북(TK), 충청권, 전남·광주도 또 하나의 수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 유치를 비롯해 의료·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이날 부산을 찾기 전 울산과 경남을 찾아 각 지역 맞춤 공약을 발표했다.
한편 이 후보는 PK 일정 이틀째인 6일 오전엔 부산의 한 교회를 방문해 예배에 참석한 뒤 부산항북항여객터미널에서 부산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후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남부 수도권'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