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다이렉트 시장 1위 자리 흔들…점유율 50% 붕괴

현대해상·DB·KB손보 '맹추격'

비대면 판매 확산 속 '새 판짜기'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 전경.ⓒ삼성화재

삼성화재의 온라인 다이렉트 손해보험 시장 점유율이 사상 처음 50%대 아래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2위권 경쟁사의 맹추격에 더해 디지털 전문 손보사의 등장까지 더해지면서 최강자의 아성에 균열이 간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보험업계에서도 비대면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이렉트 상품을 둘러싼 손해보험업계의 경쟁도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재보험사와 보증보험사를 제외한 국내 16개 일반 손보사들이 지난해 사이버마케팅(CM) 판매 채널에서 거둔 보험료 수입은 총 6조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액수로 따지면 9613억원 증가한 규모다.

CM 채널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고객이 직접 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손보업계에서는 통상 이렇게 판매되는 상품을 다이렉트 보험이라 부른다.

손보업계의 다이렉트 영업 확대 배경에는 코로나19 효과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이 설계사와의 대면을 꺼리게 되면서 온라인 상품으로 수요가 상당 부분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시장 점유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주목할 만한 변화는 삼성화재의 시장 점유율이다. 지난해 손보업계의 CM 채널 수입 보험료에서 삼성화재가 차지한 비중은 48.1%로 전년 대비 3.9%p 낮아졌다. 삼성화재의 해당 비율이 50%에 미치지 못한 건 역대 최초다.

이는 삼성화재의 뒤를 잇는 경쟁 손보사의 약진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 주요 손보사의 전년 대비 CM 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현대해상 25.6% ▲DB손해보험 24.9% ▲KB손해보험 20.8% 등으로 삼성화재의 기록인 9.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아울러 디지털 전용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이 2.6%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새로 5위권에 이름을 올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화재의 다이렉트 시장 점유율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른 손보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는 삼성화재가 손보업계의 선두 업체이자, 자동차보험의 최강자이기 때문이었다. 자동차보험은 어느 회사나 보장 내용이 같고 매년 갱신해야 하는 의무보험이어서,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 된 대표적인 보험 상품이다.

실제로 10년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손보업계 내 삼성화재의 CM 판매 점유율은 94.1%에 달했다. 사실상의 독점 구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2위권 손보사들이 일제히 다이렉트 사업에 뛰어든 2016년부터였다. 그 전해까지 계속 90%를 웃돌던 삼성화재의 다이렉트 시장 점유율은 이듬해 78.3%로 떨어졌고, 2019년에는 50%대까지 축소됐다.

손보업계의 다이렉트 상품 경쟁에는 앞으로 새 판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다. 모바일과 온라인에 익숙한 MZ세대가 점점 핵심 고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대면 채널의 영향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삼성화재도 선두 수성을 위한 방어전에 돌입했다. 온라인 전용 브랜드인 '다이렉트 착'을 선보이고, 이를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확장해 디지털 사업의 구심점으로 삼겠다는 포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조직 역량이 중요한 설계사 대면 영업에서는 기존 대형 보험사를 흔들기 어렵지만 온라인 채널에서는 비교적 대등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이렉트 시장에서의 손보사 간 입지는 앞으로 크게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