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규모 열병식 개최 예정
"韓, 한반도 정세 관리 의도 내포"
北, 尹 정부 대북정책에 '영향력'
행사하려 했다는 관측도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영구 집권을 위한 우상화를 지속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았다. 친서교환 사실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약 9개월여 만이다.
차덕철 통일부 대변인 직무대리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정상의 친서 교환과 관련해 "북한이 긴장과 대결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을 위한 길로 나오기를 촉구한다"며 "북한의 친서 공개 의도 등을 포함해서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과 관련해서는 통일부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설명드릴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차 대변인 직무대리는 '통일부 및 차기 정부 인사들이 관련 사안을 알고 있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유관부처로의 경과 등 남북정상 간 친서교환과 관련해서는 통일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해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보도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김 위원장이 다음날 답신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역시 북측 보도 직후 관련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북측은 주민들이 직접 소비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는 관련 내용을 싣지 않았다. 대내적으론 친서교환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대외적으로만 공개한 것이다.
청와대는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이 "마지막 인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세관리 성격도 다분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측은 오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을 전후해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나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보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이 먼저 친서를 보낸 것은 "북한의 열병식과 핵실험 징후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 것을 주문하는 의도가 내포돼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친서교환을 계기로 차기 정부에 메시지를 전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남북정상 간 친서교환과 관련해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새 정부에서 듣기를 바라는 내용도 제법 있다고 판단된다"며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신뢰나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표명을 통해 향후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며 "문 정부에 마지막 순간 선의를 표함으로써 향후 윤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시도할 경우 차별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 대 대결'이라는 이분법을 활용해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