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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금리상승기 이자마진 증가 당연”...예대금리차 공개 실효성 ‘논란’


입력 2022.06.03 06:00 수정 2022.06.02 13:34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4분기, 신용점수별 공시 방안 유력

은행, 자체 CSS통해 금리 산정...간극 커

공시 통한 인위적 NIM 낮추기, 시장 역행

5대 은행 사옥 ⓒ 각 사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은행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가 빠르면 4분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예대금리차 공개가 대출금리 인하로 귀결될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금리상승기 이자마진이 올라가는 것은 이자 폭리가 아닌 구조적인 수순이고, 실제 대출금리 산정은 은행 자체 ‘내부신용평가시스템(CSS)'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매달 개인 신용점수별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앞서 금융당국과 은행연합회,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24일과 26일 각각 실무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사이트에 개인신용점수를 50점씩 20개 세부구간으로 나눠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751~800’점 구간의 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p, 평균 대출 금리 - 평균 수신금리)를 공시하는 방식이다.


구간별 평균 대출금리와 수신금리 계산 기준은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 산출방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외 각 예・적금 상품별로 해당 월에 실제로 적용되는 평균 금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시행 시기는 시스템 개편 작업 등을 감안하면 4분기 정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은행들은 매분기 사업보고서에 예대금리차를 공개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은행연합회에서도 매월 전월 기준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5개로 나눠, 실제 취급한 대출의 구간별 평균 금리를 공시해왔다. 다만 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대출금리 산정에 1~2등급, 2~3등급 등의 신용등급이 아닌 개인시용평점(0~1000점) 등을 활용중이다.


새로운 예대금리차 공시가 이뤄지면 소비자들이 과거보다 좀 더 정확한 상태에서 대출금리를 파악하고, 은행별로 유리한 상품을 한눈에 파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우선 예대금리차 왜곡 문제다. 지금과 같은 금리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서 마진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이자폭리로 몰고 간다는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자 마진을 공개한다면 어느 수준까지가 적절한지 그 기준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의 변동성을 곧바로 반영하지만 수신금리는 그렇지 못해 여・수신 금리차가 더 확대되는 부분이 있다”며 “금리상승기에 고객들은 대출과 달리 예금은 3개월, 6개월 단기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월 은행들의 수익성과 연관된 예대금리차(잔액기준)는 2.35%p로 3년 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시사하는 만큼,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차이에 따른 예대금리차를 염려하고 있다. 신용평점이 낮은 중·저신용자의 대출 금리는 고신용자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평균으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면 이들의 비중이 큰 인터넷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튈 수 밖에 없다. 이른바 ‘평균의 함정’이다.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현실적으로 변경했지만 실제 은행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은행 대출을 받을 때는 개인신용점수 외에도 은행 거래 실적, 상환 능력 등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신용도가 좋아도 상환능력이 좋지 않다면 대출금리가 꼭 낮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예대금리차 공시를 통해 소비자가 가산금리의 적정성을 어느 수준까지 판단할 수 있냐는 논란은 지속중이다. 정부 취지는 예대금리차를 통해 은행 이자마진이 적절한가를 바람직한지 본다는 것인데, 이는 시장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순이자마진(NIM)외에도 조달 능력 등 다양한 지표를 통해 평가를 받는다”며 “단순히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고 해서 은행이 대출폭리를 하고, 영업을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같은 시기라면 유동성이 풍부해 조달을 얼마만큼 저렴하게 해서 대출금리를 낮추는지가 은행 영업력의 핵심”이라며 “이같은 시장 논리를 정부가 예대금리차 공개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조정하는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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