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하나 재개방 징후 관찰"
북한이 4년 9개월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국무부 당국자들은 물론이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관련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각)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이 며칠 내로 7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여전히 우려한다"며 "상당 기간 우려해왔다. 우리가 (대비) 계획을 세워 온 만일의 사태"라고 말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역시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포럼 이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 핵실험 재개 가능성에 대해 "확실히 우려한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같은 날 이사회 연설에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가운데 하나가 재개방된 징후를 관찰했다"며 "이는 핵실험을 위한 준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위치한 풍계리는 북한이 지난 2006년 이후 여섯 차례나 핵실험을 진행한 장소다.
우리 정부도 지난달 말부터 북한의 핵실험 준비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평가해온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만 남은 만큼, 철저한 대비태세 및 향후 대응방안 마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당국은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시설과 활동에 대해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가로 설명드릴 만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 "동맹 간 단합된 논의가 있어 왔다"며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독자 제재 외에 대응할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에게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이 있다"며 "인도·태평양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가져오는 안보 위협을 이해하는 다수의 동맹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미국의 관여 부족' 때문이라는 중국 측 주장과 관련해선 "어떤 국가든 우리에게 대화 부족, 관여 부족의 책임을 떠넘긴다면 이는 잘 모르거나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 초기부터 우리는 외교와 대화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믿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 왔다는 게 팩트"라며 "우리는 (북한) 정권에 적의를 품지 않았음을 공개적으로, 또 비공개적으로 북한에 명확히 해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대화 재개 조건으로 요구해온 '적대시 정책 철회'에 상응하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고 강조한 셈이다.
아울러 그는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며 "우리는 대화와 외교를 통해 이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는 대화·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그럴 의지가 있으며, 그럴 수 있다는 매우 명백한 신호를 북한 정권에 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