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코로나 정책 지방정부 지출 폭증 불러
中 1년 상시 코로나검사 비용 약 340조원
경기침체·세수감소 지방정부 검사비용 연체
미수금 눈덩이 코로나검사업체 유동성 위기
중국의 고강도 코로나19 방역정책인 ‘칭링팡전’(淸零方針·zero Covid policy)이 재정리스크를 높이는 등 중국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중국이 다음달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방역 고삐를 한층 조이면서 중국 경제에 타격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제로 코로나 정책과 경기침체, 부동산시장 붕괴, 내수부진, 가뭄 등 자연재해 등이 있지만 이중 가장 큰 걸림돌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꼽을 수 있다고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5일 보도했다. 특히 오는 10월16일 개막하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여러 도시에 대한 부분·전면봉쇄와 전국 규모의 수시 코로나 유전자증폭(PCR)검사 등을 지속하면서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를 부채질하고 소비부진과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등 30여 곳이 전면 또는 부분봉쇄를 했거나 실시 중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코로나로 기업활동과 소비가 위축돼 세수가 크게 감소한 지방정부는 코로나 검사 비용까지 대야 하니 재정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중앙정부가 코로나 검사비용을 지방정부가 계속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한 탓이다. 당대회가 열리는 베이징의 경우 예방조치 지원비용이 24% 더 늘었다. 베이징 시민들은 5월부터 사흘에 1번씩 코로나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공공기관을 비롯한 대중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 코로나 검사기관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수금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증시에 상장된 중국 코로나 검사관련 기업 8곳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지 못한 미수금은 전년보다 73%가 늘어난 141억 위안(약 2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코로나 검사업체인 상하이 란웨이(蘭衛)의학의 미수금은 전년보다 189%나 폭증했고 진단시약 제조업체인 디안(迪安)진단은 상반기 미수금이 전년보다 2배 많은 107억 위안으로, 미수금이 총자산의 50%를 돌파했다. 코로나 검사업체인 진위(金域)의학의 상반기 미수금 증가율은 80%로 매출 증가율(52%)을 훌쩍 넘어섰다.
여기에다 중국이 올 들어 코로나 확산세가 심각해질지 예상하지 못한 탓에 코로나 검사비 예산을 낮게 책정한 것도 문제다. 코로나 충격파로 상반기 중국 정부 예산은 줄어든 반면 비용지출은 오히려 늘어났다. 재정부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일반공공예산 수입은 10조 5221억 위안으로 10.2% 감소했다. 이에 비해 공공예산 지출은 12조 8887억 위안으로 5.9% 증가했다. 위생건강 지출비용도 7.7% 늘어났다.
중국은 상하이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세를 초기에 꺾기 위해 이른바 ‘일상적 코로나 검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또는 상업시설에 들어갈 때도 72시간 이내 받은 PCR검사 음성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출근·등교 등을 하려면 계속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택시기사와 슈퍼마켓. 판매원 등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이들은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중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에는 1만 3100개의 코로나 검사업체가 있으며 이들은 하루 평균 5165만 건을 검사한다.
그런데 14억 인구의 중국에서 상시적 대규모 코로나 검사체계가 가동되는 데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둥우(東吳)증권은 중국의 4대 ‘1선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와 30개 성도(省都)급 ‘2선도시’에서만 1년간 상시적 코로나 검사를 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조 7000억 위안(약 34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으로 공공 재정수입의 8.7%에 이른다. 1∼2선도시의 인구는 5억 5000만 명가량이다. 주민들의 불만을 우려해 검사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했지만 지방정부들의 재정부담은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가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와중에 중국의 4월 재정수입은 40% 이상 급감했다. 타오촨(陶川) 둥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검사비용은 이미 감세와 인프라투자 확대로 신음하는 지방정부 재정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경기침체도 지방정부의 재정운용에 큰 부담을 준다. 공공토지 매각대금은 조세수입과 함께 지방정부 재정수입의 주요 원천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는 바람에 1∼4월 국유토지 매각대금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감소했다. 지방정부로서는 올해 예산확정 당시 염두에 두지 않았던 코로나 재확산으로 임시 격리소·병원 건설 및 운영, 대규모 코로나 전수 검사, 격리 주민 물자지원 등에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지방정부들은 코로나 검사를 유료로 전환하고 있다. 청두시는 이달 13일부터 단독검사는 16위안, 여러 명이 함께하는 혼합검사의 경우 3.5위안의 PCR 검사비를 징수하고 있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는 앞서 6월부터 검사비를 받고 있으며, 상하이시는 오는 10월1일부터 검사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이런 판국에 코로나 검사로 생성된 온실가스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베이징 화학기술대와 광둥기술대, 미 미시간대 등이 참가한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중국이 2020년 1월 코로나19 발병부터 지난 4월11일까지 PCR 방식의 코로나 검사횟수가 90억회 이상이며 그 결과 540만t의 온실가스가 생성됐다고 전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검사가 1회 시행될 때마다 612.9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중국인이 하루에 전기를 사용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절반에 해당하는 양이다.
연구진은 고온 증기로 멸균한 뒤 850∼1200도 고온 소각로에서 처리하는 검사 키트의 폐기 과정에서 가장 많은 71.3%, 검사 키트의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는 각각 14.5%와 13.3%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코로나 검사키트는 공장에서 검체 실험실까지 평균 5960㎞를 이동하며, 주로 디젤차량인 의료용 콜드체인 물류차량은 검사키트 내용물 보존을 위해 운송도중 영하 20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연구진은 중국이 2020년 코로나 발병 이후 진행한 코로나 검사횟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지난 4월11일까지 세계 최다인 90억회 이상 실시했다. 중국은 검사건수 2위인 미국보다 인구가 4배 정도 많지만 검사건수는 10배나 많았다. 연구진은 검체 실험실에서 폐기 처리시설까지 의료 폐기물이 운송되는 과정의 환경적 영향은 관련 자료를 이용할 수 없어 연구에서 배제한 까닭에 실제 코로나 검사의 환경적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전체 배출량의 33%인 119억t에 이른다.
전국적인 규모로 수시로 코로나 검사를 하면서 생기는 의료폐기물의 처리도 골칫거리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전면적인 검사를 진행하면서 엄청난 양의 의료폐기물을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류 역사상 거의 볼 수 없는’ 규모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CMP는 코로나 검사에 사용된 면봉과 키트, 안면 마스크와 개인 보호장비 등이 적절하게 처리되지 않으면 토양과 수로를 오염시킨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건강이나 환경에 치명적인 위협인 셈이다. 물론 중국 내 의료폐기물 발생량에 대한 데이터가 공개된 적 없다. 다만 상하이 당국이 지난달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6만 8500t의 의료폐기물이 나왔다”며 “하루 쓰레기 발생량은 평소의 6배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는 지난 3월 28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 동안 전면 봉쇄된 바 있다.
글/김규환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