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술핵 재배치 및
자체 핵보유 주장 '솔솔'
美 전문가 "韓 핵무기 보유시
모두가 덜 안전해질 수도"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북한 전술핵 운용 부대들이 한국을 겨냥한 훈련까지 진행한 만큼, 자체 억지력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대통령으로서 공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한미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과 관련해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전과 다른 입장을 말했다고 느끼지 않았다"며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속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점을 함께 포함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본적으로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한미) 확장억제를 더욱 실효화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할 계획"이라며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술핵 재배치해도 美가 결정권"
일각에선 미국이 통제권을 쥔 전술핵 재배치로는 대북 억지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만 계속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이 갈수록 명확해지고 있다"며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한미일이 핵을 공유하더라도 결국 핵 사용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내리게 되어 있어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통해 북한과 '동등한 군사적 지위'를 확보한 뒤 남북이 함께 비핵화 절차를 밟아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美 "韓에 물어보라"며 '거리두기'
전술핵 재배치 및 한국 자체 핵무장은 미국의 '동의' 내지는 '묵인' 없이 추진할 수 없다. 전술핵 재배치 권한은 미국이 쥐고 있고, 자체 핵무장은 한국의 재처리 기술을 금지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한국 핵무장의 '키'를 쥔 미국은 일단 관련 주장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한반도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동맹 사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한국 쪽에 알아보기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다만 프라이스 대변인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에 대한 안보 약속은 철통같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핵과 재래식 무기, 미사일 등 모든 범위를 포함하는 확장 억지 약속을 확인했다. 우리는 또한 방위 태세 강화 및 합동 군사훈련 강화 등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며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이다.
美 전문가 "韓 핵보유, 해법 아냐"
미국 내 전문가들 역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한국 핵무장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동아시아연구원(EAI)과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지금 당장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가져오거나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한국이 핵무기 보유를 통해 자국 안보를 강화하는 일이 실제로는 모든 사람을 덜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며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한국 핵무장이 일본·대만 등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군사적 맞대응'까지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