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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역량 '1보 전진'


입력 2022.11.04 01:00 수정 2022.11.04 01:0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1·2단 추진체 분리 성공

탄두부 제 속도 못내

정상비행은 실패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자료사진) ⓒ노동신문

북한이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는 가운데 장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전술핵 운용 부대들의 훈련 등을 계기로 한국·일본을 거듭 위협해온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 역량까지 과시하려 했다는 평가다.


3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40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어 8시 39분경부터는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기도 했다.


장거리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760km, 고도는 약 1920km, 속도는 약 마하 15로 탐지됐으며, 단거리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30km, 고도는 약 70km 속도 약 마하 5로 확인됐다.


군 당국은 장거리 미사일과 관련해 북한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가 각각 분리된 것으로 전해져 과거 발사 때보다 일부 진전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북한이 지난 3월 16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쏘아 올린 화성-17형은 발사 직후 공중폭발한 바 있다. 당시 평양 시내에선 폭발음이 감지된 것은 물론, '파편비'가 내리는 것까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동요하는 평양 민심을 다잡기 위해 북한 당국은 8일 만에 재발사에 나섰지만, 정보 당국은 북한이 화성-15형을 화성-17형으로 둔갑시켜 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자료사진) ⓒ조선중앙통신/뉴시스

이번 미사일 역시 정상비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알려져 '성공'으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1·2단 추진체 분리는 이뤄졌지만, 이후 탄두부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탄두부에 힘이 실리지 않다 보니 예상보다 비행거리가 짧아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번에 탐지된 미사일 속도(마하 15)는 통상 마하 20 전후로 형성되는 ICBM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


앞서 북한이 지난달 4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개량형은 최고 속도가 마하 17이었으며 4500㎞를 날아간 바 있다.


비록 '한계'를 노출하며 정상비행에는 실패했지만, 일부 기술적 진전이 확인된 만큼 향후 추가 검증을 위한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이미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전술핵으로 한반도 전역에서의 '거부적 억지'를 현실화하면서 미 본토 타격을 위해 아직 완전하지 못한 '응징적 억지'용 ICBM을 완성하려 할 것"이라며 "전술적 차원과 전략적 차원의 두 가지 트랙을 같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추가 독자제재 검토
한미 공중연합훈련 연장


정부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응해 추가 독자제재 및 한미 공중연합훈련 연장 계획을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추가 독자 제재를 검토해 나가고 있다"며 "검토 과정에서 미국·일본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독자제재 조치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 도발을 고려해 내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던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는 공중전력을 십분 활용해 대북 억지력을 과시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번 훈련에는 우리 공군의 △F-35A·F-15K·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 미국 공군의 △F-35B 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 등 총 240여 대가 투입됐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이날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전 세계를 통틀어도 이 정도 비행기가 뜨는 훈련은 거의 없다"며 "북한이 지금 가장 취약한 분야가 항공전력이다. 한미 공군에 대해서는 (북한이) 압도적 열세고 공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에 참가한 우리 공군 KF-16 전투기가 군산기지에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공군/뉴시스

한편 북한은 비질런트 스톰 연장에 반발하며 예고했던 추가도발을 재개했다.


박정천 노동당 비서는 이날 저녁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이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며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밝혔다.


북한군 서열 1위인 박 비서는 "미국과 남조선의 무책임한 결정은 연합군의 도발적 군사행위로 초래된 현 상황을 통제불능의 국면으로 떠밀고 있다"며 "미국과 남조선은 자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담화 발표 약 1시간 뒤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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