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철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우린같이 영화를보고 소설을읽어'는 띄어쓰기를 무시한 제목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으레 연인이 '같이'하는 행위들을 나열한 것일까.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는 없지만 의도적으로 세 편의 옴니버스로 이뤄진 단편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헤어진 남녀가 등장한다. 경수(박종환 분)는 얼마 전 헤어진 여자친구 유진(임선우 분)의 집을 찾아간다. 경수는 자신의 짐을 찾기 위해 찾아왔다고 핑계를 대지만, 사실은 유진과 화해를 하고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하지만 유진은 단호하다. 빨리 경수가 이 집을 나가주길 바랄 뿐이다. 급기야 경수는 칼을 꺼내들며 자신을 찌르면 가겠다고 협박한다. 유진은 이기적으로 구는 경수에게 질려 하고 결국 경수는 자신의 손등을 찌른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작가 은정(임선우 분)과 비평가 민호(박종환 분)는 연인 사이다. 두 사람은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민호는 비평을 맡은 이번 작품에 대해 은정의 생각을 묻는다. 은정은 "그걸 말로 해야 하나"며 민호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은정이지만, 민호는 그런 은정마저도 좋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나눈 작품의 대화는 손등을 찌른 남자의 의도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연인 종구(박종환 분)과 영주(임선우 분)가 등장한다. 영주는 목수인 종구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낮에 맥주 한 잔을 마시려 한다. 그 길목에 영주가 살던 집이 나타나고 종구는 집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구조를 이야기 한다. 영주가 쉽게 동조해 주지 않자 종구는 빈집에 들어가고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기 시작한다. 마지막에는 영주가 종구의 손등에 난 상처를 발견한다.
세 번째 단편 영화는 독특한 구조로 배치됐다. 첫 번째는 헤어진 연인, 두 번째는 사랑하고 있는 연인, 세 번째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연인으로 사랑과 이별의 역순이다. 모두 등장 달라 독립적인 구조를 유지하나, 연결지점이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은정과 민호가 이야기를 나누는 소설이었으며,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종구의 상처를 통해 첫 번째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또 세 번째 남녀가 들어간 빈 집은, 민호와 유진이 동거했던 집을 떠올리게 한다.
박종환과 임선우가 세 이야기에서 모두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데, 역할과 상황에 맞춰 달라지는 남녀를 연기해 재미를 더했다. 같은 배우가 연기했기에 세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처럼 보이게도 한다. 이연철 감독의 작품으로 러닝타임은 2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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