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화해 손짓에도 '핵무력 강화'로 대답한 北…사실상 한미훈련 폐지 요구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08.20 04:10  수정 2025.08.20 04:10

김정은 국무위원장, UFS 겨냥해 '적대적 의사표명'

"핵무장화 급진적 확대"…대결구도 변화 없음 시사

한미훈련 중단이 대화 마중물, 앞날 예상대로 '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북한을 향한 '가장 적대적인 의사표명'이라고 비판하며 핵무력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사실상 폐지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분석되며 이재명 대통령의 9·19 군사합의 단계적 복원 지시 등 잇단 대북 유화 메시지에도 현재까지 대결 구도에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1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을지 자유의 방패'가 시작된 전날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또다시 감행되는 미국과 한국의 합동군사연습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장 적대적이며 대결적이려는 자기들의 의사를 숨김 없이 보여주는 뚜렷한 립(입)장 표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한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들은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전 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며 "조성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현존 군사 리론과 실천에서의 획기적이고도 급속한 변화와 핵무장화의 급진적인 확대를 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 대통령의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사에 대한 대답의 성격도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원수가 아니다"라며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에 호응하기는커녕 '핵무력 강화'를 강조하며 화해의 손을 거부한 셈이다.


정부는 '인내'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기대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며 선을 그은 것이어서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는 북한의 대남 기조가 쉽사리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조금은 늘 반복적으로 나오는 대응"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을지훈련 관련해서는 언제나 방어훈련이라는 태도"라며 북한 반응에 대해 이례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앞서 통일부도 이날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반박한 바 있다.


19일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측 초소에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김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관행화되어온 미한의 군사연습이 언제 한번 도발적 성격과 위험성을 내포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최근에는 핵 요소가 포함되는 군사적 결탁을 기도하고 있다는 특징으로부터 하여 그 엄중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며 이같은 정세 속에서 해군이 국방력 강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해군의 작전능력 신장이 '최중대 국사'라며 "우리 해군은 가까운 앞날에 국가 핵무력 구성과 핵사용 령역에서 일익을 굳건히 담당하는 믿음직한 력량으로 될 것"이라며 "국가 방위력의 가속적인 장성을 위한 중대 조치들은 분명코 계속 취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라의 주권 안전을 수호하려는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능력은 실천 행동으로써 표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위원장이 이날 최현호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해군의 첨단화, 핵무장화의 중요과업들이 단계적으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대하여 만족을 표시"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개적으로 건조 중인 세 번째 함에 대해 언급한 것은 과시적인 핵무장화 메시지를 한미에게 발신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며 "직접 자극보다는 중장기적인 해군 핵무장화, 핵무기 발사 플랫폼의 확대를 보여줌으로써 한미의 '비핵화' 원칙에 대한 거부를 강하게 환기시키는 메시지 효과에 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10월 중으로 구축함의 성능 및 작전 수행능력 평가 공정으로 넘어갈 것을 지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이 이날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박광섭 해군사령관의 의전을 받으며 구축함에 승선해 해병들이 머무는 침실을 직접 살피기도 했다.


또 북한 매체들은 그가 전투체계를 통제하는 전투정보실과 함교 등을 점검하는 사진에서 모니터 등을 꼼꼼하게 블러(blur·가림) 처리해 제원을 식별할 수 없게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평안남도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북한의 첫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의 무장체계 통합운영 시험 과정을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최현호 3번째 방문은 그만큼 구축함에 대한 애착과 관심도의 방증"이라며 "급조된 방문 또는 한미군사훈련에 맞대응은 하되 수위조절의 방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미군사훈련 문제를 지속 제기한 것은 한편으로는 핵무력 강화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또다른 한편으로는 남북, 북미관계의 최대 장애물이 한미군사훈련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한미군사훈련 중단이 현 단계 대화의 마중물이라는 메시지가 내포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26일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공개했다. 이 함정의 함급은 항일 혁명 투사 최현의 이름을 따 '최현급'으로 명명됐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5월 21일 같은 급의 두 번째 구축함을 공개했지만 김 위원장이 진수식 을 참관하는 과정에서 배가 좌초하면서 망신을 샀다.


6월 12일에는 넘어진 배를 수리해 '강건호'라 명명하고 새로 진수식을 했다. 7월 22일에는 최현급 신형 구축함을 내년 10월 10일까지 추가로 건조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당시 강건호 진수식에서 "내년부터 최현급 또는 그 이상급의 구축함을 매해 두 척씩 작전 수역에 배치하는 것"을 비롯한 해군력 강화 조치를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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