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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4시간 동안 쳐다만 봤나?"…분노한 尹대통령, 경찰에 직격탄 날렸다


입력 2022.11.08 04:00 수정 2022.11.08 04:00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7일 참모들과 비공개회의서 '2시간' 날선 지적

이례적 발언 공개…"국민에 전달하란 尹 지시"

尹 "지위고하 막론 엄정 진상규명" 문책 예고

野 이상민·한덕수 책임론 주장에는 신중 입장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느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요. 112 신고 안 들어와도 조치를 했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날린 일성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치안당국인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직접 회의 석상에서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경찰 총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도 배석한 상태였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윤 대통령 회의 비공개 발언을 전했다. 아울러 대통령실 측은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1만자가 넘는 분량의 윤 대통령 발언을 텍스트로 기자단에 제공했다.


통상적으로 비공개회의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이나 회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요약해 대변인이 전달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날처럼 상당 분량의 발언 전문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회의내용이 전달되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라며 "윤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어떤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국민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비공개회의 내내 윤 대통령은 격앙된 어조로 경찰을 향한 질타의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대통령실 측에서 공개한 비공개회의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책상을 내리치고 언성을 높였다.


당시 상황을 복기하며 윤 대통령은 "아마 초저녁인 오후 5시 40~50분께부터 사람들이 점점 모였고, 6시 34분에 첫 112 신고가 들어왔을 정도면 아마 거의 아비규환 상황이 아니었겠나 싶다"며 "그 상황에서 경찰이 권한이 없다는 말이 나올 수가 있나"라 지적했다. 앞서 경찰이 부실대응 논란에 대해 "통제 권한이 없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걸 제도가 미비해서 대응을 못했다고 하는 말이 나올 수가 있는가, 납득이 안 된다"라며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있지 않았느냐, 그걸 조치를 안 했는가"라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경찰이 취했어야 할 대응 방법을 열거하며 윤 대통령은 비판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어디 멀리, 어디 구석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라 주 도로 바로 옆에 있는 인도에서 벌어진 사고다. 그러면 당연히 주 도로를 차단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불법주차한 게 몇 개 있더라도 차가 빠른 속도로 이동만 하지 않으면 그게 통행의 공간이 되지 않는가, 그걸 왜 안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라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 시스템만 어느 정도 작동을 해도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지금 어떤 나라인데"라며 "과거에 지금보다 더 통제 시스템이 덜 발달해 있을 때도 이런 식의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역량을 아주 높이 평가하지만 이번 사고는 너무 어이가 없는 사고였다"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시민으로서 본 경찰 역량에 비춰 이 사고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이 여기에 대해 납득이 갈 수 있도록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주 엄정하게 진상을 규명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날선 비판을 쏟아낸 비공개회의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장시간 분노를 쏟아낸 배경을 두고 "대통령뿐 아니라 우리 국민이 모두 가진 의문이자 안타까움이자 답답함"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진상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향후 경찰 조직을 향한 대대적인 문책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감찰과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 특수수사본부(특수본)의 발걸음도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특수본은 같은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비롯해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6명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직무휴기 혐의, 박 청장과 최 서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한편으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책임이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으로,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그러니 정확하게 가려주길 당부한다. 그 다음 논의를 진행하자"는 뜻을 함께 전했다.


야권에서 경찰 조직을 넘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더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문책 대상으로 거론하며 경질을 요구하고 나선 데 있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관계자 또한 "책임을 지우는 문제는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고, 권한에 맞춰 얼마만큼 책임을 물어야 할지 판단한 다음 이뤄질 것"이라 바라봤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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