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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자금난' 저축은행까지 '노크'…대출 첫 3조 돌파


입력 2022.11.29 06:00 수정 2022.11.29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최근 1년 새 1조 가까이↑

회사채 시장 악화 '충격파'

저축은행 대출 이미지.ⓒ연합뉴스

국내 저축은행들이 대기업에 내준 대출이 최근 1년 동안에만 1조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사상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시중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을 노크하는 대기업들까지 생기는 모습이다.


기업의 자금난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대기업이 제2금융권 대출에까지 손을 벌려야 하는 보릿고개는 당분간 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3조16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8074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업권의 대기업 대출 보유량이 3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우선 SBI저축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337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3.0%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JT친애저축은행의 해당 금액도 3178억원으로 22.0% 늘며 3000억원 대로 올라섰다. 이어 OK저축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50.9% 급증한 2816억원으로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밖에 ▲NH저축은행(1664억원) ▲애큐온저축은행(1564억원) ▲페퍼저축은행(1498억원) ▲푸른상호저축은행(1426억원) ▲JT저축은행(1419억원) ▲모아저축은행(1413억원) ▲다올저축은행(1291억원) 등이 대기업 대출 잔액 상위 10개 저축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대기업 대출 잔액 상위 10개 저축은행.ⓒ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저축은행업계의 대기업 대출이 몸집을 불린 배경에는 기업들의 어려운 자금 사정이 자리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만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모두 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1금융권 은행은 물론 2금융권인 저축은행을 찾아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소기업에 비해 신용도가 높고 자금 여력이 큰 대기업까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현실은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진 가장 큰 이유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최근 회사채 발행 여건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회사채 금리가 덩달아 급등하면서 회사채 발행 조건이 불리해지자, 그 대안으로 금융사 대출을 찾는 곳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4월부터 이번 달까지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25%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3.00%대로 올라섰다.


이 때문에 당분간 회사채 금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설비투자 등으로 시설 자금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기업의 운전 자금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결국 금융사 대출을 받으려는 기업들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이렇게 수요가 쏠릴수록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대기업까지 저축은행을 문턱을 넘나는 상황이 되면 금유사로서는 금리를 더 올릴 충분한 유인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조건이 나빠지면서 직접 금융 대신 대출을 활용하려는 기업 수요의 확대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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