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쪽에 방점이 찍힌 경우 많아…영화제 측과 지역 측의 괴리감 발생”
매년 약 200여 개의 영화제들이 각 지역에서 활발하게 개최되며, 팬·관객, 그리고 지역 주민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그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영화제도 자연스럽게 ‘위기’를 맞게 됐다. 물론 오프라인 상영, 행사 등을 통해 그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었지만, 그 사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영화제도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끝난 이후에도 영화제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개최를 이어가며 차근차근 규모를 키워오고 있던 강릉국제영화제, 평창국제평화영화제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게 되면서 남긴 충격이 큰 상황.
두 영화제의 폐지는 최근 긴축재정에 돌입한 강원도가 영화제 관련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이 이유였다. 강원도는 “4년간 충분한 재정지원을 해왔고, 현재 긴축재정에 따른 대규모 행사 비용 절감 계획을 수립하면서 보조금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라고 폐지 이유를 밝혔었다.
비단 두 영화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간 수많은 영화제들이 생겼다가,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금방 폐지되곤 하는 흐름이 이어졌던 것. 대다수의 영화제들은 지자체의 지원금에 크게 의존을 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영화제 존폐 여부가 갈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화제의 위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다수의 영화제 관계자들은 지자체 측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 지역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 또는 전주국제영화제와 규모가 큰 영화제가 만들어내는 성과들을 꿈꾸며 영화제를 개최하곤 하지만, 이것이 영화제의 본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무주산골영화제의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지역에서 영화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관광’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성비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사람을 엄청나게 모을 수 있는 행사가 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의 성과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긴 호흡이 필요한데,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보니 영화제 측과 지역 측의 괴리감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영화제 관계자 또한 “규모가 큰 영화제라면 유료 상영을 통해 수익을 얻기도 하고, 혹은 영화 제작 지원을 하고, 그 영화가 운 좋게 극장에 걸려 손익분기점을 넘게 돼 일부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경우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경우는 극소수다. 문화 행사의 개념으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익을 내는 영화제와 비교를 하더라도, 그 영화제들 모두 긴 시간 걸쳐 차근차근 규모를 키워온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또는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관광지로의 발돋움 또는 지역 활성화와 같은 큰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러 영화제에 참여한 홍보팀 관계자는 “영화제가 열리는 지역들을 살펴보면 영화관조차 없던 곳도 많다. 문화예술 소외 지역민들에게 향유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나아가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기회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성과인데, 영화제의 의미와 역할을 잘 들여다보면서 평가를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물론 영화제 자체의 노력도 필요한 부분이다. 영화제 자체의 힘을 키워 관객들을 유지하고, 이에 ‘왜 영화제가 필요한지’를 증명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지훈 프로그래머 “영화제가 왜 계속돼야 하는가, 그 이유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영화제 스스로도 지속해서 지자체와 관객들에게 존재를 증명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사람들을 많이 불러 모을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다른 의미를 가진 행사라는 것을 증명해야 국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근거들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관객들은 좋은 영화를 빨리 보려고 영화제를 찾는다. 좋은 영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선보이면서 관객들을 얼마나 모으고, 유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관객이 있으면 영화제가 유지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