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기간 확대"…'극장 사수' 나선 유니버설, 한국은 '6개월 법제화' 진통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3.22 14:01  수정 2026.03.22 14:01

놀란·스필버그 대작 라인업 앞세워 선순환 수익 구조 재설계

유니버설 픽쳐스가 최근 극장 상영 최소 기간을 2026년 5주, 2027년 7주로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팬데믹 이후 단축됐던 극장 상영 창구를 다시 확대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유니버설 픽쳐

유니버설은 코로나19 시기 작품 성적에 따라 극장 상영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왔다. 북미 박스오피스 기준 5000만 달러 이상 흥행작은 31일 이후, 그 이하 작품은 17일 이후 PVOD(프리미엄 주문형 비디오·극장 상영 중이거나 직후 작품을 추가 비용을 내고 먼저 감상하는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다. 극장 관객 감소와 OTT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선택된 현실적인 대응이었다.


유니버설의 이번 결정 배경에는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네사 캐즈윌 감독의 '리마인더스 오브 힘'을 비롯해 '슈퍼마리오 갤럭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디스클로저 데이' 등 대형 프로젝트가 연이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극장 상영만으로도 충분한 흥행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예술영화 전문 레이블인 포커스 피처스 작품은 기존 17일 모델을 유지하며 유연성을 남겨두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OTT를 대체 관계가 아닌 극장 이후의 순차적 수익 구조로 다시 배치하는 데 있다. 유니버설은 이들 작품이 극장에서 충분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브랜드 가치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러한 '극장 우선' 전략이 결과적으로 스트리밍 수익까지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북미 시장 점유율 1위인 월트디즈니 컴퍼니 역시 60일의 극장 독점 기간을 유지하고 있으며, 극장에서 형성된 화제성과 경험이 이후 플랫폼 성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유니버설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극장을 수익의 출발점으로 다시 강화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 북미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미 스튜디오들이 시장 논리에 따라 상영 기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홀드백을 법으로 규율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홀드백 규정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임오경 의원안은 극장 상영 이후 OTT 공개까지 6개월의 의무 기간을 명시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신년 기자회견에서 법제화 필요성을 언급해 힘을 실은 바 있다.


특히 6개월이라는 구체적인 기간 설정이 논쟁의 중심에 있다. 극장 업계는 대체로 찬성 입장이다. 한국영화관산업협회와 한국상영발전협회는 수용 또는 이의 없음 의견을 제출했고, 메가박스와 롯데컬처웍스 등 주요 극장 사업자 역시 제도화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들은 홀드백이 극장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주고, 이는 다시 제작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OTT 중심 소비가 확산될 경우 스크린과 사운드 등 극장 인프라를 전제로 한 연출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 콘텐츠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흥행이 저조한 작품에 한해 홀드백 기간을 단축하는 등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보완 의견도 나온다.


반면 제작·투자·배급 업계는 전반적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홀드백 규정을 영업 활동을 제한하는 반자본주의적 입법으로 규정하며 투자 시장 위축과 유통 구조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 현재 영화 산업은 극장 이후 PVOD, IPTV, OTT로 이어지는 다층 유통 구조를 통해 수익을 단계적으로 회수하는 방식인데, 일괄적인 기간 규제가 적용될 경우 이 흐름이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흥행에 실패한 작품은 빠르게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해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데, 홀드백이 이를 막을 경우 제작비 회수와 다음 프로젝트 투자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 자체가 막힐 수 있다.


극장 침체의 원인을 OTT로만 돌리는 시각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달 발간한 '영화콘텐츠 소비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극장 관람 감소 이유 1위는 '관람비 부담'(25.1%)이었고, '볼 만한 영화 부족'(21.5%)이 뒤를 이었다. OTT 관련 요인은 17~18% 수준으로 그보다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조사에서 나타나듯 관객들이 극장을 멀리하는 이유가 티켓 가격 부담이나 콘텐츠 경쟁력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시장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극장의 가치를 다시 세우려는 글로벌 흐름과 제도적 울타리를 통해 산업을 보호하려는 국내의 시도가 각각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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