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열어두고 생각하게 돼”
드라마 ‘낮과 밤’부터 ‘천원짜리 변호사’, ‘하이드’까지. 배우 이청아는 다수의 장르물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남겨왔다. 거침없는 형사의 모습은 물론, ‘반전’을 책임지는 빌런으로 활약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지만, 그럼에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ENA 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이하 ‘아너’) 역시 어두운 스릴러물로 선택을 고민하기는 했으나, 에너지 넘치는 변호사 현진이라면 ‘새로움’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매니지먼트 숲
‘아너’는 거대한 스캔들이 돼 돌아온 과거에 정면 돌파로 맞서는 세 여성 변호사의 뜨거운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다. 이청아는 극 중 성범죄 피해자 변호 전문 로펌 L&J(Listen&Join)의 송무 담당 변호사 황현진을 연기했다. 각종 무술을 섭렵한 유단자이자 불같은 성정과 저항정신을 지닌 행동파 변호사다.
사극 ‘연인’, 스릴러 ‘하이드’를 연이어 소화한 후 만난 작품으로, ‘아너’의 의미 있지만 묵직한 소재에는 우려도 있었다. 연이어 무거운 장르물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에 ‘이미지가 고착되는 건 아닐까’, 이청아도 걱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아너’와 현진의 매력을 믿었다.
“내게서 상상이 가능한 캐릭터를 많이들 제안해 주신다. 이 대본을 받을 때만 해도 강한 캐릭터들이 많이 들어왔었다. 사회적으로 권위가 있고, 우아한 캐릭터 혹은 악역이 주였다. 그 결들이 좀 비슷했던 것은 맞다. 이미 전작에서 한 것은 시청자들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이 된다. 그런데 현진에게선 내게서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대본에 느낌표가 세 개씩 붙어있었다. 화를 안 내는 장면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청아의 설명처럼, 황현진은 세 절친 변호사 중 가장 ‘뜨겁게’ 표현하는 인물이었다. 셀럽 변호사이면서, 동시에 아픔을 가진 라영(이나영 분), 로펌 해일의 후계자인 리더 신재(정은채 분) 사이. 때로는 넘치는 열정이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했다.
책임감 있는 이청아에게는 다소 ‘낯선’ 감정이었지만, 자신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는 물론, 이청아도 신선한 감정을 느꼈다.
“사고 치는 역할은 오랜만이었다. 어떻게 하면, 극에서 필요한 촉매제로서의 기능을 잘할까 궁금했다. 제가 사건을 거의 열어주는 역할을 했었다. 행복하고 편안한 문이 아니라, 늘 고된 문이었다. 내가 저지른 것에 대한 벌은 달게 받겠다는 소신이 있었다. 나는 무너지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번에 느꼈다. 연기를 하며 깨달은 점이 많았다. 저는 첫째이고, 동생과 나이가 있어 실수를 안 하려고 한다. 그런데 현진은 사고를 많이 친다. 막내 같은 느낌이 있다. 신재가 언니처럼 해주기도 한다. 이런 포지션은 처음 겪어봤다. 현장에서 혼날 때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을 느꼈다. 강아지들이 혼나면 구석에서 눈치를 보지 않나. 그 기분을 느꼈다. 그런데 드러내는 게 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때 사람이 사랑스러워지는 것 같다.”
ⓒ매니지먼트 숲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는 ‘아너’ 속 변호사 3인방처럼, 현실 속 이나영-정은채-이청아의 ‘케미’도 자연스러웠다. 극 중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캐릭터와 달리 현실에서는 ‘비슷한’ 점을 바탕 삼아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다들 이미 친구가 되기로 마음먹고 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극 중 인물처럼) 서로를 지킨다는 마음이 장착돼 있었다. 다들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감독님이 장면 배치도 신경을 써서 해주셨다. 억지로 친한 척하는 건 볼 수 없다고 하셔서 무르익었을 때 필요한 씬들을 배치를 해주셨다. 감독님이 매번 ‘친해졌어요?’라고 물으셨다. 숙제 검사하듯이 하셨다. 초반에 그렇게 해주신 노력들이 도움이 됐다. 물론 친하다는 건 애써서 되는 게 아니라고 여긴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도 다 비슷해서 좋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며 이청아도 자신감을 얻었다.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와 같은 듯 다른 얼굴을 드러내며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얻은 것도 있었다.
‘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는, 좋은 작품과 캐릭터를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는 것도 의미 있다는 것이 ‘아너’를 통해 입증됐다.
“내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아너’ 속 황현진의 ‘차별점’을 만들어낸 것은 이청아였다.
“주어진 대본이 있어야 하고, 나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내가 원해도 평생 안 올 수도 있고, 타이밍이 안 맞을 수도 있다.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장르적으로는 유사할 수 있어도 캐릭터적으로는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어 ‘아너’를 선택한 이후 열어두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장르적으로도 또 다른 걸 해봐도 좋을 것 같고, 지금과 비슷하더라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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