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교수들이 연말 2022년 한국 사회를 표현한 사자성어 뜻이다. '과이불개'(過而不改)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50.9%의 득표율을 얻었다.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과이불개가 득표율 1위로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고 11일 밝혔다.
과이불개는 논어의 '위령공편'에서 처음 등장하며 '과이불개 시위과의(是謂過矣)'(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에서 유래됐다.
과이불개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 일기'에도 나온다. 연산군이 소인을 쓰는 것에 대해 신료들이 반대했지만 고치지 않고 있음을 비판하는 대목이 실록에 적혀있다.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과이불개'를 추천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며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과이불개를 추천한 더 큰 이유는 잘못을 고친 사례가 우리 역사 속에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니 그런 사례가 여럿 있었다"며 특히 성군으로 불린 세종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후회하며 이를 고치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종의 반성과 대책 때문에) 세종 재위 기간 안전사고에 의한 대규모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잘못을 고치거나 처벌받기는커녕 인정하지도 않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진노해야 하나"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이불개를 선택한 한 50대 인문대 교수는 "자성과 갱신이 현명한 사람의 길인 반면, 자기정당화로 과오를 덮으려 하는 것이 소인배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40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고 이 사자성어를 고른 이유를 설명했다.
과이불개 이외에도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慾蓋彌彰)(2위·14.7%), '여러 알을 쌓아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의 '누란지위'(累卵之危)(3위·13.8%), '과오를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한다'는 '문과수비'(文過遂非)(4위·13.3%),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되게 판단한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5위·7.4%)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편 해당 조사는 23일부터 30일까지 교수 93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법으로 실시됐다. 조사에 참여한 교수들의 연령대는 50대가 404명(43.2%)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43명·36.7%), 40대(125명·13.3%) 등이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지난 2001년부터 매년 연말 교수신문에서 전국의 대학교수들에게 설문 조사해 발표한다. 올해가 22번째이다. 지난해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는 '고양이와 쥐가 한패가 됐다'라는 뜻의 '묘서동처'(猫鼠同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