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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 털어보라!” 기고만장한 이재명


입력 2022.12.12 06:55 수정 2022.12.12 06: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장관 해임 건의’로 겁부터 준다?

“이 대표, 당을 사랑한다면 떠나라”

삶을 파괴하는 이상은 죄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1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은 두 번째의 “너 나가!, 쟤 내보내!”이다. 자질 자격 역량이 못 미치는 장관이라면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것은 입법부로서의 책무이기까지 하다. 그런데 민주당의 행태는 그게 아니다. 현 정권 괴롭히기, 압박하기, 흔들기, 위축시키기…뭐, 이런 유의 위력시위다.

‘장관 해임 건의’로 겁부터 준다?

“국회의석 169석이나 가진 절대 다수당이 뭘 못하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보여줄 테니 잘 지켜보라!”


이미 ‘검수완박’ 입법과정을 통해 머릿수의 위력을 과시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되긴 했지만 민주당의 입법 전횡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퇴장’밖에 없다. 여당이 퇴장한다고 해서 입법에 제동이 걸리지는 않는다. 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입법을 강행할 조건을 구비하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정치는 위험한 곡예를 거듭한다. 이렇게 해도 나라가 안 망할 것인지 시험이라도 하는 듯이.


박 장관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 때 비속어를 입에 올렸다는 (올렸다고 주장되는) 게 빌미가 됐다. 이 장관에게는 이태원참사 책임을 물었다. 행안부 장관이니까 여야 할 것 없이 국회가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아직 사고 수습과 행정적·사법적 사후 처리가 진행 중이다. 국회 국정조사도 곧 실시될 참이었다. 이 상황에서 수습 책임자부터 내보내라고 하는 게 순서가 아니라는 것을 민주당이라고 모를 리 없다.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원만한 사고 수습과 사후 처리가 아닌 문제 키우기다. 그렇게 함으로써 윤 정부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여러모로 자리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여겨진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이재명 대표 쪽으로 죄어오는 검찰의 수사망이다.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과 관련, 수사의 창끝은 이 대표 턱 밑에 이르렀다. 유동규·김만배·남욱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은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표의 ‘공인’ 측근인 김용·정진상도 기소되어 재판에 넘겨졌다. 이다음은 이 대표다. 정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기소된 9일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탈탈 털어보라.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하늘을 우러러’라는 말은 그처럼 쉽게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큰 소리를 쳤다. ‘단 1원도’ 또한 너무 나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과 장기 징역형으로 몰아간 세력의 리더가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 어쨌든 그와 민주당은 ‘정치탄압·정치보복’이라며 전면전 의지를 다지는 국면이지만 점점 수세에 몰리는 기색이 완연하다.

“이 대표, 당을 사랑한다면 떠나라”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한 양향자 의원이 9일 이 대표를 가리켜 ‘계륵’이라며 “당을 사랑하는가, 사랑한다면 떠나라”고 했다. 버리기는 아깝고 먹자고 해봐야 발라낼 고기가 거의 없는 게 계륵, 즉 닭갈비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은 벽에 부딪쳤다. 대안도 마땅찮다. 그래서 민주당이 우왕좌왕하는 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정당하게 임무를 수행 중인 검찰, 나아가 정부를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반 법치적 횡포다. 여야가 정치적 다툼 가운데서 빚어진 일이 아니다. 과거 그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저질러졌던 측근 및 주변 인사들의 거대한 비리 사건이다. 거기에 이 대표가 연루됐거나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 수사를 하고 있는데 왜 민주당이 그 책임을 떠맡은 듯이 앞장서 방패노릇을 한다는 것인가.


‘세월호 참사의 기억’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문재인 전 대통령, 팽목항 분향소 방명록).

문 전 대통령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표현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당시 야당은 희생자 유족과 국민들의 분노를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정부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소리소리 지르고, 촛불·횃불을 치켜들고, ‘진상조사’를 끝도 없이 이어감으로써 마침내 현직 대통령을 몰아내는 단초가 되게 했다. 민주당은 그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검수완박 입법을 통해 무력화시켰다고 생각했던 검찰이 법의 틈새를 대통령령으로 넓혀 놓았다. 이로 인한 위기감에 집단 감염되었을 수 있다. 특히 이 대표를 향해 조여드는 수사망이 언젠가는 자신들에게도 닥칠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강한 우려가 집단행동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세의 끈을 놓치면 수세에 몰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종의 허들링(Huddling)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기회를 놓치면 윤 대통령 정부가 안정되고, 국민의힘이 내후년 총선 전열을 정비하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으로 의식이 경직화했을 수 있다. 출범초기 정부의 미숙과 여당의 분열‧침체 분위기를 확산시켜보고자 하는 열망이 보태져 강성대응 일변도의 집단적 심리상태에 빠져든 것 같기도 하다.


대선 패배를 머리로는 인정을 했지만 가슴은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0.73%포인트의 패배가 되레 독배가 되어 버린 건 아닌가.


“누구 앞에서 지금 승자 행세를 하는 거야?”


“단지 몇 표를 더 얻었을 뿐이면서 핍박을 가하다니!”

삶을 파괴하는 이상은 죄악이다

이런 반감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심리적으로까지 패배를 인정해 버리면 그 순간 국민도 자기들을 패배집단으로 규정해 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휘둘리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극렬 지지 세력의 지독한 응원(?)은 의지처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압박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들은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 순간적으로라도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바로 ‘언어 린치’의 표적이 된다. 물러서면 죽는다고 생각하면 나아갈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 정치의 한 측면이다.


민주당의 이 과격한 포퓰리즘 정치는 점차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 대중의 격렬한 지지 열기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반대로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과격 정치에 대한 염증은 급속히 확산된다. 대다수 국민은 자신들의 삶으로 시선을 돌리게 마련이다. 생산력이 결여된 선동은 국민의 시선을 계속 잡아두지 못한다.


화물연대의 파업 철회가 보여준 바가 그것이다. 그들에겐 자신들의 삶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을 수 없다. 이상사회를 꿈꾸고 추구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걸 명분으로 현실적 삶의 기반을 파괴하는 것은 죄악이다. 법은 정부만이 아니라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을 위한 보호장치다. 그걸 지키는 것이 같이 사는 길이다. 정부는 원칙을 지켰고 화물연대 회원들은 그걸 존중했다. 이게 바로 문제의 해법이다.


“이러다가는 대통령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토로했다. 취임 3개월이 채 안된 2003년 5월 21일에 한 말이다. 밀리면 포퓰리즘의 낭떠러지 앞에 서게 된다. 노조의 불법적 단체행동에 대해서는 물론 야당의 의석수 횡포에 굴복하면 민주법치주의는 무너지고 대통령과 정부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포로가 되고 만다.


이왕 노 전 대통령 어록을 뒤지기로 했으니 하나 더 보태자.


“남북대화만 성공하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

2002년 5월 인천 정당연설회에서 그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에게도, 좀 과격하지만 주문할 한 마디가 있다.


“법질서만 바로 세우면 다 깽판 쳐도 괜찮다.”

(물론 ‘깽판’은 안 되지만 법질서 확립이 우리에겐 그만큼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뜻이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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