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만원 뇌물수수 혐의…盧측 "망신주기 여론재판"
국회서 체포동의안 가결돼야…21대 국회선 세 차례
민주당, 다수 의석 점해 가결 가능성 낮다는 관측
野 "정치탄압…진실·정의 위해 함께 싸워나갈 것"
검찰이 12일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이 현역 의원의 신병 확보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역 의원은 현행범이 아닐 경우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는 '불체포특권'에 따라, 검찰이 노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노 의원에 대해 뇌물수수·정치자금법위반·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노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각종 사업 도움과 공무원의 인허가 및 인사 알선, 선거 비용 명목 등으로 사업가 박모씨 아내를 통해 5회에 걸쳐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사업가 박씨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와도 관련된 인물이다.
노 의원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노 의원 측은 "그동안 노 의원은 수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에도 적극 협조했을 뿐 아니라, 검찰의 즉각적인 소환 요구에도 거절하지 않고 자진 출석을 했다"며 "현재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 일정에도 정상적으로 출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전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망신주기 여론재판을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지금 검찰의 수사는 전혀 적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또 "혐의 사실과 전혀 관계없는 자택 내 현금뿐 아니라 각종 불법 피의사실 공표를 지속적으로 한 것도 모자라, 이제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방어권 행사조차 구속을 통해 억지로 막고자 하는 것은 없는 죄도 만들어 내던 군사정권, 공안정권 시절의 검찰과 다를 바 없다"며 망신주기 여론재판을 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검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민주당도 이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애초에 이번 수사는 수사를 빙자한 윤석열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는 의혹이 짙다"며 "모든 국민은 형사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추정과 불구속수사가 헌법상 원칙이다. 그간 노 의원이 성실하게 수사에 응해왔음에도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정치탄압이며 헌법상 원칙에 반하는 모욕이며 망신주기다. 또한 야당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 활동을 막아서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은 노 의원의 결백을 믿으며, 진실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워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노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만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국회법 제26조는 의원을 체포하거나 구금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으려고 할 때에는 관할법원 판사가 영장 발부 전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수리한 후 지체 없이 그 사본을 첨부해 국회에 체포동의를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장은 이에 따른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으로 표결한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이내에 표결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 최초로 개의하는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해야 한다.
현재 국회는 지난 10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임시회를 소집한 상태다. 예정돼 있는 가장 이른 일정의 본회의는 오는 15일 열린다. 정가에서는 15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16~18일 표결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 처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임시회가 열려 있어 여야의 합의만 있다면 언제든지 본회의가 개의될 수 있어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야당과 문재인 정권을 향한 현 정부의 검찰 수사를 강력히 규탄해 온 만큼, 노 의원 체포동의안 가결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향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노 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노 의원에 대한 당의 대응이나 태세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 안그래도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당력을 쏟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만 현직 의원이 알선·청탁의 대가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이라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방탄 국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반대' 입장을 정하더라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실제 투표에서는 이탈표가 나와 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헌정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국회에 제출된 체포·구속동의안은 총 60건 있었고, 이 중 16건(26.7%)이 가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총 3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모두 국회 문턱을 넘었다. 21대 국회의 첫 사례는 2020년 10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정정순 민주당 의원, 두번째 사례는 2021년 4월 배임·횡령 혐의를 받은 무소속 이상직 의원, 세 번째 사례는 같은 해 9월 수억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