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록페는 죽었다?②] 다시, 음악 페스티벌의 계절…왜 ‘록페’는 시들할까


입력 2022.12.22 11:00 수정 2022.12.22 11: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록 음악에 대한 수요 줄어...록 페스티벌 호불호 강해"

록 밴드보다 인기 대중 가수가 우선? 주인 바뀐 록페

국내 야외 음악 페스티벌 시장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관객을 줄이고 야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 됐던 작년,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 등이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올해는 본격적으로 야외 음악 페스티벌들이 잇따라 열렸다. 다시, 음악 페스티벌의 계절을 맞은 셈이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

올해 열린 페스티벌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다. 지난 5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2’를 시작으로 ‘워터밤 페스티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서울 재즈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 ‘월드뮤직페스티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등 국내 대표 야외 음악 축제들이 주말을 채워왔다. 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매년 약 3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송크란 뮤직 페스티벌’도 올해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기도 했다.


가요는 물론 재즈,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페스티벌이 본격적으로 재가동되는 상황에서 유독 ‘록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을 시들하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물론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동두천 록 페스티벌’ 등 오랜 기간 개최돼 왔던 록페가 올해 대중을 찾았지만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건, 야외 음악 페스티벌의 전성기를 이끈 과거의 록페와 현재 록페의 괴리감 때문이다.


한 록 페스티벌의 기획 담당자 A씨는 “록 음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었다. 록페는 마이너한 이미지가 있는데 자칫 록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들의 경우 하드한 이미지를 주어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장르처럼 보이게 한다. 록 페스티벌하면 떠오르는 슬램의 문화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나뉘기 때문에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음악 페스티벌과 관객의 성향차이가 있어 (록 페스티벌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록 팬들은 라인업에 대한 불만도 내비친다. 현재의 록 페스티벌은 록 밴드는 물론 타 장르 아티스트들을 포함한 라인업을 선보인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대중음악 아티스트들이 라인업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상 ‘록 페스티벌’이 아닌, ‘음악 페스티벌’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그 비중이 록 밴드에 크게 기울어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밴드 828은 “과거의 록 페스티벌은 정말 ‘록’에 집중한 페스티벌이었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장르의 다양화가 체감된다. ‘록 페스티벌’ 보다는 ‘음악 페스티벌’로 봐야할 페스티벌이 많다”고 말했다.



2022 펜타포트 무대에 오른 가수 이무진 ⓒ펜타포트록페스티벌

2014년부터 올해까지 다수 록 페스티벌에 참여해왔던 밴드 클라프는 6년간 겪을 무대의 변화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예전에는 지자체에서 많은 예산을 배정받아 좋은 라인업과 체험형 프로그램, 대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일회성 밴드 대회, 지역 뮤지션 위주의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으며 지역민이나 관광객의 참여도가 현저히 부족해졌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동두천 록 페스티벌’을 예로 들기도 했다. 클라프는 “2014년 ‘동두천 록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만해도 아마추어 밴드대회가 메인 콘텐츠가 아니었다. 훌륭한 출연진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는 티켓을 쟁취하기 위한 대회로 서브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했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밴드 대회가 메인 콘텐츠가 되었고 메인 공연 라인업은 일부 유명 밴드와 전년도 수상자 위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록 페스티벌의 원조’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동두천 록 페스티벌’에서는 2017년까지 전국의 록 페스티벌 마니아들이 많이 보였는데 올해는 그저 소요산에서 진행되는 지역축제 분위기에 불과했다”면서 “다른 지역의 록 페스티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연자의 입장에서 록 페스티벌은 깃발을 든 마니아와 마치 1970년대 히피의 모습을 한 마니아들이 보여야 제 맛이라는 신념이 있다”고 덧붙였다.


거대한 규모의 록 페스티벌이 자리를 잡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페스티벌의 기획 담당자 B씨는 “시대에 흐름에 따라, 또 생존을 위해 앞으로도 ‘록 페스티벌’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록 밴드와 타 장르 아티스트를 함께 세우는 페스티벌들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순수하게 록 음악을 즐기는 팬의 규모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를 감당하면서 페스티벌을 유지하는 것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함께 서는 페스티벌은 생존할 수 있으나 록 팬들이 원하는 것처럼 록을 전면에 내세운 페스티벌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