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추 위해 헬기 사격했다지만
軍 "겨누고 쏜 게 아니다"
'대응 출격' 경공격기 추락까지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적 무인기 위협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지 열흘 만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무인기 한 대가 서울 북부 상공에 다다랐다가 북쪽으로 되돌아간 가운데 우리 군은 전투기·헬기를 동원해 100여발의 사격을 가했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대응 과정에서 공군 군용기 한 대까지 추락한 만큼 전반적 대비태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경부터 무인기 5대를 띄워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이승오 합참 작전부장은 브리핑에서 "북한 무인기는 2m급 이하 소형 무인기"라며 "1대는 수도권(서울) 북부 지역까지 비행했고,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일대에서 비행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서울 침범 무인기의 경우 북한 복귀를 추적했다면서도 복귀 시점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4대와 관련해선 "항적이 더 이상 확인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무인기 형태와 관련해선 "드론은 아니고 조그마한 비행기"라며 "2017년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軍, 경고사격 이어 격추 시도
민간 피해 가능성에 대응 난항
앞서 북한 무인기는 지난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바 있다. 해당 무인기에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골프장 촬영 사진이 담겨있었다.
당시 우리 군은 무인기 탐지에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초기부터 항적을 파악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이 최초 미상 항적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포착한 이후 무인기로 식별해 공군 전투기, 공격 헬기 등 대응 전력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북한 무인기가 6시간가량 하늘을 휘젓는 동안 경고방송·경고사격은 물론 격추까지 시도했지만, 실패했다는 게 군 당국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격추 시도와 관련해 "헬기에서 20mm로 100여발을 쐈다"면서도 "겨누고 쏜 게 아니라 레이더에 있어서 그 방향으로 쏴봤다는 정도의 개념"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관계자는 우리 군용기를 통해 "실제로 무인기를 식별했다"며 "격추를 못한 부분은 민가 도심지 상공이다 보니 비정상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피해를 고려해 대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압도적 대응' 공언해온 軍
경공격기 추락으로 체면 구겨
북한에 대한 '압도적 대응'을 공언해온 군 당국은 이번 대응 과정에서 군용기 추락으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실제로 공군 경공격기 KA-1 한 대는 이날 오전 11시 43분께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 일대 밭에 떨어졌다. 해당 경공격기는 제8전투비행단 소속으로 기지 이륙 중 추락했으며 조종사 2명은 비상 탈출에 성공했다.
군 관계자는 "추락한 경공격기가 무인기 대응 작전 지원을 위해 투입됐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승겸 합참의장이 열흘 전 최전선을 찾아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비태세를 강조했던 만큼, 이번 군 대응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장은 지난 16일 육군 3사단 일반전초(GOP) 부대 등을 찾아 "적이 무인기로 도발하면 작전 수행 절차에 따라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작전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이 제한된다"며 말을 아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허를 찔린 것도 맞고 대응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차제에 이러한 북한 행위에 대한 '대응 탄력성' 차원에서 대북전단금지법 개정, 이동식 (대북)확성기 방송재개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北 도발 맞대응 차원서
"유무인 정찰자산 北 투입"
격추 실패와 별개로, 우리 군은 이번 도발에 맞서 유·무인 정찰자산을 북한 지역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승오 작전부장은 "우리 군이 유·무인 정찰자산을 군사분계선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했다"며 "북한 무인기의 침범거리에 상응해 운용하면서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활동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이같은 도발에 대해 앞으로도 우리 군은 충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합참 관계자는 작전 수행 지역과 관련해 "보안상 제한된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북한 도발로 오후 한때 수도권 핵심 인프라가 멈춰서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김포국제공항은 이날 오후 1시 8분부터, 인천국제공항은 오후 1시 22분부터 항공기 이륙을 일시 중단했다. 관련 조치는 오후 2시 10분 일괄 해제됐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각각 1시간 2분, 48분 동안 제 기능을 못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