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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물러서지 않는 나경원에 '폭발'…"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입력 2023.01.09 10:40 수정 2023.01.09 10:44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나경원, 대통령실 비판에도 "오해 불러일으켜 유감이지만

'출산 시 대출금 탕감',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할 가치 있다"

대통령실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 일방적 발표

혼선 초래 대단히 실망"…내부선 부위원장직 해촉 의견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과 당권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 시 대출금 탕감'을 거론한 유력 당권주자 나 부위원장을 향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거듭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이 나 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나 부 위원장이 '출산 시 대출금 탕감' 정책의 방향성을 고집하면서다.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대통령 직속 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거듭 반박·비판한 것은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둔 나 부위원장에게 사실상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신년간담회에서 "청년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게 하겠다"며 결혼하면 4000만 원을 신혼 부부에게 대출해주되 △첫 자녀를 출산하면 무이자 전환 △둘째 출산 시 원금 일부 탕감 △셋째 출산 시 원금 전액을 탕감해주는 헝가리 출산 지원 정책을 언급했다.


그러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바로 다음 날인 6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나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본인의 개인 의견일 뿐 정부의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윤석열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에 나 부위원장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아직까지 정책적으로 확정이 된 것은 아니며, 당장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며 "(하지만) 저출산 위기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심각하고, 청년들의 주택 부담이 특히나 큰 우리의 경우 실무적 차원에서 검토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해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 부위원장은 또 대통령실의 공개적인 반박과 관련해 '나경원 전당대회 불출마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이번 이슈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프레임에 가두고,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 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주시기 바란다"며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다시 한 번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본인이 생각하는 정책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대통령실은 나 전의원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러워 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언행은 수 십 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나 전 의원은 위원회 논의와 전문가 검증 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총리실이 국정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이고, 예산 주무부서인 기획재정부마저도 예산 조달 방법과 예산 추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점을 들어 극구 반대한 개인의견을 발표해 국민들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부위원장직 해촉을 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압도적인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나 부위원장은 아직까지 당권도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마음을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며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진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과 손잡은 김기현 의원은 지난달 27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9일 오후 국회 인근 대산빌딩에서 캠프 개소식을 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민심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까지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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