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따른 패션 수요 증가에 실적 고공행진
고금리·고물가 지속에 소비심리 위축…실적 성장세 주춤 전망
패션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실적을 이어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패션 수요 증가와 신명품 브랜드를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지만 올해부터는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다소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1조539억원, 영업이익 115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최초 1000억원을 돌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출이 늘면서 해외 패션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보브, 지컷, 델라라나, 스튜디오 톰보이 등 국내 패션도 매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삼성물산 패션은 지난해 매출액 2조10억원으로 사상 첫 2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대비 13.2%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80% 급증한 18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온라인 및 신명품 매출뿐 아니라 빈폴, 남성·여성복, 에잇세컨즈 등 전 브랜드가 전년 대비 두자릿수 이상 매출이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한섬과 F&F 역시 마찬가지다. 한섬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6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5422억원으로 11.2% 뛰었다.
해외 수입 패션 브랜드 매출이 17% 늘었고 타임과 마인, 시스템 옴므 등 자체 여성복과 남성복 매출도 각각 15%, 14% 증가하며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F&F의 지난해 매출은 1조8091억원으로 전년 대비 66.1% 늘었고, 영업이익은 61.9% 증가한 5224억원을 시현했다. MLB, 디스커버리 등 주력 브랜드가 국내외서 판매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내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LF, 코오롱FnC 등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부터 패션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있어서다. 특히 소비심리가 위축될수록 의류나 화장품 등의 소비를 극도로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달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항목 중 의류비는 91로 전년 동월 대비 5포인트 떨어졌다. CSI는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의류를 구매할 의향이 없다는 의미다.
패션 업체들이 신명품 등 신규 브랜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가뜩이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직진출하고 있어 신명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한섬의 경우 신규 브랜드 관련 투자 비용이 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바 있다. 한섬은 지난해 12월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가브리엘라 허스트, 베로니카 비어드, 스웨덴 패션 브랜드 토템 등 해외 패션 브랜드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한섬은 신규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올해 해외 패션 브랜드 수를 기존 13개에서 2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올해 실적 성장세가 다소 꺾일 순 있겠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신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